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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서평] 이더리움 베이직 - 가상화폐

by 쓸쓰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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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베이직




이더리움은 근래 크게 각광받는 가상화폐 중 하나입니다. 가상화폐라고 하면 비트코인만 대뜸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나 현실의 (법정)화폐보다도 오히려 출현할 종류가 더 많이 상정될 수 있습니다. 법정화폐는 국제법상 인정 받은 국가만이 발행 가능하지만, 가상화폐는 재능 있는 어느 개인이라도 자유로이 창안,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죠. 허나 대중이 가상화폐라고 할 때 비트코인만 으레 거론하듯,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현실의 거래에서 다중의 신뢰(라기보다는 인지도)를 얻지 못 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폐는 거래의 수단이므로 내 개인이 아무리 큰 선호를 가진다 해도 남들이 안 받아 주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이더리움은 가상 "화폐"에 그친다기보다 일종의 운영체제에 가까울 만큼 활용 폭이 크고 기능도 빼어나지만, 문제는 비트코인처럼 대중이 그 존재와 유익함에 아직 큰 시선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튼 베일에 아직도 싸여 있는 비트코인의 발명자 사토시 선생이지 뭔지 하는 사람의 정체와는 달리, 이더리움은 누가 만들었는지 동기가 무엇인지 그의 세계관이 대략이나마 어떠한지 지구촌 누구나(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1994년생의 청년이며 다방면의 지식에 관심이 많은 천재형 인물이고, 온라인에서 여전히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도 있습니다.


사실 블록체인의 원리까지 처음 고안해 낸 "거인의 어깨"가 워낙 높았다 보니 그 위에 발을 디디고 올라서는 수고는 상대적으로 그리 대단히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또, 책을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더리움이 기반하는 솔리디티 언어는 대개 C언어 등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체계 고안에 들인 개발자의 정성이랄까. 꼼꼼한 완결성 추구의 정신이 느껴져서 여튼 받곤 하는 인상은 묵직하고도 선명합니다. 아직 유통 범위 확보가 미미하다 보니(2위라고는 하나 이 정도면 아직 미미하다고 봐야 합니다. 편의점이나 분식집, 나이트에서 업소 PC에 클라이언트를 설치하고 이더리움 받아줄 날이 과연 언제겠는지 생각들 한번 해 보세요), 이렇게까지 편의를 두루 갖춘 장치, 수단이다 보니 우리 눈에 곧 친숙해질 때가 멀지만은 않으리라 봅니다. 투자, 투기 용도가 아닌 일상 속의 친구로서 말입니다.


비트코인은 1세대라서 결제밖에 못한다고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대신 자매 프로젝트가 여럿 이미 발주되었기 때문에 제 생각으로는 지갑에 통합 설치하여 다양한 목적을 부여해 가며 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역시 제 생각입니다만 그러나 별개 프로그램 꼴의 여러 클라이언트를 합치는 과정에서, 예컨대 보안 문제가 다른 경로보다 더 복잡해질 우려는 있습니다). 여튼 당장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많은 옵션의 부여가 가능한 건 이더리움이죠. 책에서는 에스크로 기능을 독자적으로 부가할 수 있는 게 이더리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합니다. 중고카페 등에서 직거래를 했는데 판매자가 엉뚱한 물건을 보내고 돈만 챙겨 연락 두절인 경우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쓸 수 있죠. 사실 이 경우도, 반대로 (올바른) 물건만 받아챙기고 정작 송금을 안 하는 악질 매수인을 제재할 방법은 없긴 합니다만 이는 애초에 가상화폐한테 하소연할 일은 아니죠.


책의 핵심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어떻게 짜고 집행시키는지 예제 학습을 통해 사용자에게 가르치는 겁니다. 저자(들)는 저 이름이 살짝 이상하게 붙은 건 아니냐고 독자들에게 되묻기도 합니다. "스마트 계약서"라고 하면 계약 당사자가 내용을 공개하고 그 이행이 강제되도록 수단을 마련하는 것으로 자칫 오해될 수도 있겠다고 하네요. 저는 처음에 그 이름을 접했을 때도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었기 때문에, 이런 상상력이랄까 발상의 방향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비판이 아니라 계약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든 안 하든 그 이행이 그 때문에 더 강제되는 효과는.. 그런 게 있겠습니까 과연? 이행이 안 되면 사후에 공개한다고 해도 망신을 준다거나 도망자 수배의 효과(혹 있긴 하다면)는 마찬가지겠죠.


"스마트 계약서"는 "멍텅구리 계약서"와 달리, 계약서의 존재 자체가 계약의 이행(그 일부라도)을 보장, 예정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즉 결제 기능은 물론, 결제 단계에 옵션을 깔았다면 그 옵션의 충족 확인 기능까지 포함해서, 싸인하고 도장 찍은(상징적 의미에서) 사람이 일일이 추가로 은행 찾아가고 버튼 누를 일 없이 "계약서가" 알아서 잔무를 집행해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종이 쪼가리에는 손발도 머리도 안 달려 있지만, 스마트 계약서는 작은 프로그램이므로, 일단 입력된 명령을 이해, 수행할 머리 정도는 있고, 망에 연결된 이상 손발도 달렸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그 뜻이겠구나" 하고 감이 왔으며, 내용도 과연 그런 쪽이라서 뭔가 세상에 현명하고 똑똑한 공감 지향을 더 찾은 것 같아 매우 흐뭇했습니다.


이더리움은 주 결제단위와 여러 세부(하위) 단위를 따로 갖습니다. 결제의 목적, 용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아무래도 운영 체제에 가까운 성격이다 보니 악성 코드를 배포하여 질서를 어지럽히는 시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개스 소모라는 장치를 두어, 혹 무한 반복 루프라도 실행되게 할 시 전송 측에서 그에 상응하는 개스를 소진하게 만듭니다. 개스는 필경 연료를 뜻하는 gasoline에서 유래했겠음은 책에 안 나와도 짐작이 가능하죠. 책에 역시 없긴 하나 "이더리움"이란 말도 "어디에나 존재하나 감지할 수 없는" 중세식 개념(한때 조소의 대상이었으나 현재 재평가되는 중입니다) 에테르에서 왔음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이상하게도 이 서평 작성 시점 기준, 위키백과나 어떤 레퍼런스 사이트에도 어원 설명이 시원한 게 없더군요). 동전이나 지폐는 그나마 물리적 실체가 있지만 (이상적인) 가상화폐야말로 에테르에 가깝겠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적절한 명명입니다.


한국 책이나 문서에는 이상하게도 "turple"이라는 표기가 자주 눈에 띄는데, tuple이 맞습니다(괄호 안에 변수를 여럿 묶어 선언하여 반복문을 줄이는 것). uint는 책에도 나오듯 음수를 포함하지 않는 변수 선언에 쓰이는데, unsigned란 "부호(주로 마이너스지만)"가 붙지 않은 꼴이라는 뜻이며, int는 정수 integer의 줄임에서 왔음도 분명하죠.


대개는 C언어와 비슷하므로 책을 따라하다 보면 어떻게 돌아가는 구조인지 문법에 대해 감이 옵니다만 이 책은 초보자들도 염두에 두었고 책 한 권만 보고도 이더리움의 "똑똑한" 활용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야 하므로 아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물론 주로 "따라해 보기"에 역점이 놓였고 "왜 그런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소략하긴 하나, 어차피 초보자용 "베이직" 참고서에서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내용이 너무 많으면 초보자들이 부담스러워합니다(사실 이건 학습자들이 잘못하는 거죠. 뭘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고 나중에 갖고 놀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냥 남들 하는 만큼 최소한으로만 수고를 들이고 학습 대상에 헌신할 생각을 안 먹으니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 도태되기나 좋죠).


서술은 경어체로 되어 있어서 독자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좋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같은 유행어도 구사되어 친숙한 분위기를 유발합니다. 챕터가 짧게 끊어져 있고 마치 회장체 대중 소설 연재하듯 다음 내용을 예고하는 형식이라서, 초심자가 거부감이나 위화감 없이 술술 읽고 따라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베이직"은 이처럼 "베이직 본연의 소명"에 충실한 게 가장 좋은 책입니다.



이더리움 베이직
국내도서
저자 : 고려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회,조수현,이정빈,박재용,이대건
출판 : 광문각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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