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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서평]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by 쓸쓰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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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의 저자인 유시민에 대한 평가는 그 호오가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듯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 대체로 호의적이다. 그가 1990년대 말에 동아일보에 컬럼을 쓸 때, 동아일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글은 열심히 읽은 기억이 난다. 즉 그의 인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글에 대해서만은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상가나 작가 또는 만화가가 몇이 있는데 유시민 저자는 그중에 한 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글을 통해 나를 즐겁게 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칠 여유는 없었다. 구입하자마자 읽을 계획은 세웠지만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된 것이다. 339쪽을 나흘 동안 읽었는데, 첫 날 다른 책을 마치면서 20여 쪽을 읽었고, 오늘 아침에 마지막 장을 덮었으니 실제는 이틀 만에 읽은 셈이다. 나로서는 열독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무엇을 느꼈던가? 그것이 잘 정리가 안 된다. 좋기는 좋았는데, 많은 사연이 있다 보니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머리에 남는 몇 가지를 적어 보겠다.

 

첫째, 저자와의 공통점이 반가웠다. 그는 글쓰기는 좋아하지만 노래에는 큰 소질이 없다고 한다. 나의 경우 저자만큼 잘 쓰지는 못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어쩌면 저자보다 더 지독한 음치일지도 모를 만큼 노래에는 소질이 없다. 나와 공통점이 있다는 면에서 저자에 대한 친근감이 더욱 커졌다. 그로 인해 이 책에는 그리 흥미 있다고 할 수 없는 주제도 있었지만 지치지 않고 책을 잡을 수 있었다.

 

둘째, 자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가슴에 와 닿았다. 자살 이야기는 이 책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주제다. 그러나 그 부분이 가슴에 와 닿은 것은 문득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나 최진실 씨 등의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지만, 자살 행위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른 대안인 있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집권하고 지난 역사가 자랑스럽다고 전직 종수가 공공연히 발언할 수 있는 대한민국 검찰 같은 조직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회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죽지 않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는 그 원인을 명쾌하게 진단했다. 본인의 존엄성이 사라졌을 때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고…. 이명박 대통령이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존엄성을 짓밟았다. 고 최진실 씨도 톱스타로서 존엄성을 상실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살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나 역시 큰소리 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나의 존엄성이 사라졌다고 느껴졌을 때, 그 방법을 선택하게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교단에서 가끔 한숨을 쉬곤 했는데,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원인은 학생들에 의해 교사의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을 자각하면서 그렇게 되었던 듯하다. 국가는 교실에서 교사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있을까?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존엄장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있을까? 아니 최근에 비난을 받고 있는 검찰이나 경찰, 또는 국정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 국가는 그들이 자기 직업에서 존엄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즉 존엄성 상실이 자살의 원인이라면 노무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검찰 의 고위 임원들 역시 자살을 선택했어야 한다. 검찰의 존엄성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지지 않았던가? 또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고 국민을 대상으로 공언하던 통치자의 말도 거짓으로 밝혀진지 오래되었다. 그에게는 남아 있는 존엄성이 없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총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사람도 존엄성은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 앞으로도 그들 중에서는 자살을 선택할 인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아쉬웠다. 저자는 존엄성을 상실하는 것이 자살의 큰 원인임은 짚었지만,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존엄성 상실을 자각하고 참지 못하며, 어떤 사람은 그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태연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또 존엄성 상실을 자각하고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가는 제시하지 못한 듯하다.

 

셋째는 그래도 위안을 받았다. 지금의 50대는 어떤 세대인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가 극에 달했던 1970년대에 학창생활을 보내며 독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군부독재에 대해 저항했던 넥타이부대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런 세대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응징하기는커녕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가?

 

저자는 젊은 시절 진보였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보수가 되는 과정을 여러 통계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지금 그들에 대해 분노하는 20~30대가 나이가 들면 그렇게 변할 수도 있는 개연성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자기도 50대지만 투표에서 한 번도 보수의 편에 서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사람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는 것이니 너무 분노하지 말라고 했다. 김동길 씨 같이 젊은 시절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있지만, 이영희 선생 같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길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주로 보수나 진보의 삶이라는 관점을 주목해서 읽었지만, 이 책에는 그런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여러 면에 대해 각종 통계자료와 사례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던 관계없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에 대한 답까지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명제에 대해서 생각할 계기는 될 듯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 유시민
출판 : 생각의길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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