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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하우스 오브 카드 2, 시도니아의 기사 7

by 쓸쓰 202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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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2

하우스 오브 카드 2

 

전편에서 보여준 프랜시스 어카트의 활약은 변함이 없다. 총리가 되기 위해 그가 보여준 음모와 정보 누출 및 조작 등은 그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번 소설에서는 총리가 된 후 그의 활약을 보여준다. 권력의 정점에 선 어카트이지만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그중 한 명이 영연방 입헌군주제의 왕이다. 이 둘의 대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아주 치열하게 벌어지고, 이 고래 등 싸움에 작은 새우들은 수없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승리의 축배를 마시고자 하는 순간 역공이 가해지고,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벌써 궁금해진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놀랐던 부분은 어카트가 자신이 총리 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벤저민 랜들 리스를 과감하게 쳐내는 장면이다. 랜들 리스의 언론이 독과점법에 걸린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나머지 언론사들의 공격을 감안해 그를 물리칠 때 이 비열한 두 인물은 서로에게 최악의 적이 된다. 물론 어카트는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속했던 것을 받지 못한 랜들 리스는 다르다. 그는 어둠 속에 머물면서 어카트를 저격한다. 이 저격이 한방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흔들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은 저격의 가림막은 왕실의 왕이 된다. 입헌군주제인 나라에서 왕은 어떤 정치적 표현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왕은 다르다. 연설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언급을 하려고 한다. 이것을 어카트가 반대한다. 자신의 정치기반이 되는 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가 된 어커트는 왕의 연설문을 사전 검열한다. 그런데 검열 전 연설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이것을 밖으로 빼돌린 인물은 왕자비다. 그녀는 랜들 리스에게 돈을 받고 왕실 정보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녀의 왕성한 활동과 그녀를 광고 모델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틈새에서 늘 돈 부족을 경험하고 있었기에 이 유혹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나중에 개방적이고 왕성한 활동의 부작용으로 어떤 파국을 몰고 올진 눈에 선하게 드러난다. 읽으면서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살짝 떠올랐는데 어디까지 참고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소설에서 어카트 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자가 한 명 또 등장한다.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는 샐리다. 처음에 그녀가 찾아간 인물은 랜들 리스다. 언론사 사주의 비호를 받게 되면 안정적인 많은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이런 그녀가 어카트를 찾아가고 그의 강렬한 욕망에 살짝 빠진다. 둘은 연인이 된다. 그녀는 몇 가지 부분에서 어카트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어카트를 지원한다. 그 방식은 이제는 고전이 된 질문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얻는 것이다.

 

한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 방식을 최근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한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마트 편에 샐리와 당의장 스탬퍼가 있다면 왕에게는 왕실 공보관이자 20년 지기 친구인 마이크로프트가 있다. 마이크로프트는 아내에게 충실하지 않아 이혼당하는데 이 때문에 그는 성 정체성을 깨닫는다. 동성애자란 것을 알게 되고 어린 연인에게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그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지금처럼 커밍아웃이 인정을 받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왕이라면 마이크로프트는 가장 현실적이다. 이 현실은 그가 느끼는 갈등과 고뇌와 두려움 속에서 드러난다. 에필로그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 보아도 그가 지닌 비중과 의미가 분명하다. 왕족으로 태어나 왕이 된 남자와 치열한 권력 투쟁 끝에 총리가 된 남자의 대결이다.

 

자신들이 지닌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려는 이 둘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약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 싸움은 더 비열하고 치열하다. 이 대결 와중에 휘말려 들어가는 야당 정치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보면서 현재 한국의 야당이 떠올랐다. 여당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국민들이 쥐어준 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그들 말이다. 어카트의 치밀하게 계산된 반격에 산산조각 나는 그들을 보면서 씁쓸함은 느낀 것은 바로 이들 때문이다. 그리고 비열하고 잔혹한 정치판에서 정권과 권력을 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살벌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왜 해외 정치인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지 읽으면서 절로 공감한다.

 

시도니아의 기사 7

 

먼 미래에 지구는 가우 나라고 불리는 외계의 생명체에 의해 반으로 잘린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우주로 나간다. 사우나는 인류를 좇아오고, 인류는 생존을 위해 가우나를 죽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거대한 탈출기이자 생존기다. 이 탈출의 시간이 몇십 년 정도나 아니라 천 년 이상이 지났다. 광대한 우주에서 인류 유일의 생존 선인 시도니아와 가우나의 대결이 펼쳐진다. 제목인 <시도니아의 기사>는 바로 가우나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의 조종사들을 말한다. 이들은 모리토라고 불리는 기체를 타고 나가 가우나와 싸워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생존율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엄청나게 처절한 싸움이다. 만화는 주인공 타니카제가 쌀을 구하러 나갔다가 세상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가우나와 싸우는 가상 조정실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배고픔이 그를 시도니아 사람들과 만나게 만들었다. 그를 본 시도니아의 함장은 훈련생으로 뽑고, 과감하게 조종사로 발탁한다. 처음에는 왜 이런 우대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도니아 함장의 정체와 더불어 타니카제 출생의 비밀이 흘러나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영웅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면서 가우나를 물리친다. 이때부터 조종사들의 생존율이 올라간다. 가상체험에서 가장 좋은 실력을 보여주었던 조종사들이 죽었던 것에 비하면 그의 능력은 너무 탁월하다.

 

이 만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일본 만화가 있다. 바로 <진격의 거인>이다. 공간이라는 배경은 다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등장과 인류의 멸망이란 소재가 연결된다. 거인과 가우나가 이어지고, 거인으로 변하는 사람들과 인간과 가우나의 융합 개체가 비슷하다. 아직 이 거인과 가우나가 왜 인류를 공격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고, 그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거인이나 가우나와 싸우는 장면이 한 권 안에 몇 번씩 등장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연재라는 방식을 통해 나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구성이자 전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타니카제가 등장하고 융합 개체가 나오면서 놀라운 힘을 가지게 된 인류가 반격을 가한다는 설정이 지금은 살짝 거부감이 생긴다. 이 만화를 볼 때 불만 사항이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등장인물들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름이 나오거나 상황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 수 없다.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장면을 볼 때 이름이나 상황으로 과거란 것을 알 정도다. 그리고 숨겨 놓은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서 흥미가 떨어진 것도 있다.

 

불사위원회의 구성과 그들이 하는 일, 99%의 인류가 죽은 후 어떻게 지금의 인류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등이다. 현재까지 읽은 7권이나 지금까지 나온 12권으로는 그 규모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일본 만화 특유의 코믹함을 곳곳에 심어놓아 작은 재미를 준다. 화려한 그림체와 호쾌한 전투신은 몰입도를 높인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인물이 바로 죽는 일이 벌어지고, 타니카제가 애정을 느낀 호시 지로를 흡수한 가우나의 변종이 보여준 몇 가지 일들은 평면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약간의 입체감을 준다. 일본 만화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본식 건물과 문화 등이 만화 곳곳에 흘러넘치는데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로 나간 우주선이란 설정과 조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만화 구성과 전개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인공 카비를 대량 생산하여 가우나를 이전보다 훨씬 쉽게 물리칠 수 있게 된 인류의 역습이 과연 어떤 반격을 불러올지도 궁금하다. 우주는 넓고 적은 강대하니 차근차근 읽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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