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와의 대화 -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입각한 강력한 리더십의 정체를 묻다 / 아시아의 거인들 1
결정적으로, 그는 백인종이고, 인터뷰 대상인 리는 중국계의 피가 흐르는 동양인이다. 체형만 봐도 그는 통통한데다 느긋한 낙관주의자이고, 리는 깡마른 원칙주의자요 남이나 자신이나 흐트러진 구석을 참고 보지 못하는 규율의 사나이로 일생을 살아왔다. 이 런 두 사람이 만나서, 비록 이전부터 약간의 친분이 있었다고는 하나 과연 얼마나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나의 이런 불안감은, 사실 플레이트가 <고슴도치와 여우론>을 대화의 화제 중 하나로 삼는 대목을 읽으면서 거의 극에 달했다. 리 처럼 자신을 세상에 둘도 없는 유니크한 존재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사람에게, 둘 중 어느 유형에 속하겠냐는 진부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일 거라는 짐작에서였다. 당연히, 리는 이 질문에 당혹스러움과 어이없음의 심경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플레이트 자신의 주관적인 묘사 중에서도 그런 점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게 드러나고 있다.
싱가폴이라는 도시 아니, 국가를 생각하면 작지만 강한 나라, 깨끗한 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 이미지와는 달리 아직 태형이 존재해서 가끔 외교분쟁을 일으키는 나라, 그렇지만, 국민 일인당 소득이 5만달러를 넘는 정말 아이러니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싱가폴이 어떻게 그런 국가로 변모했는지, 정말 궁금했었다.
아시아의 다섯마리 용이었는데 그 중에서 진정한 용으로 되버린 나라,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2배 이상되버린, 그리고,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 뛰어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나라, 그런 나라의 지도자였던 리콴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이 책은 미국인 기자와 이미 퇴임한 리콴유 총리가 대화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수록했다고 볼수 있다.
리콴유 총리는 싱가폴이 말레이시아의 도시 국가였다가, 분리되면서 어려운 싱가폴을 수습하고, 진정한 나라로서 인정 받게 만든 지도자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리콴유의 독특한 지도력은 어느 나라의 지도자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리콴유의 오랜 통치력과 집권여당의 지지도는 어느 나라의 어떤 정당과는 비교되기 힘든 지지도였다. 그리고, 보통의 국가들은 미국이라는 거대 나라와 인정 받기 위해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했으나, 리콴유 총리는 그런거에 신경쓰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가 리콴유 총리에게 질문을 했을때 리콴유 총리는 말한다. 미국의 지지도가 아니라, 싱가폴 국민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싱가폴의 국민들을 위한 통치방법과 싱가폴의 국민의 지지도만 있으면 어느나라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총리는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의 싱가폴은 리콴유 총리의 아들이 총리로 있다.
싱가폴의 구체적인 상활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독재 아니냐고, 어떻게 아들에게 물려줄수 있냐고 하지만, 지금의 총리가 되기 전까지 고촉통이라는 총리가 존재했다. 리콴유 총리가 퇴임하고 고촉통이 14년 동안 총리를 맡을 동안 리콴유의 아들은 장관으로서 그리고, 싱가폴의 다른 리더처럼 자신의 경력과 국민을 위한 여러 과정들을 경험하고 노력을 했다. 고촉통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는 부분을 지금의 총리도 간접경험을 함으로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아주 오랫동안 한 나라를 다스렸다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도가 어땠을지가 궁금하다. 특히, 싱가폴은 다른 어떤 나라와는 달리 다른 국가의 구조와 지도자들의 지도력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런 궁금증을 이 책은 어느정도 해결해주지 않는가 생각한다. 기자였던 저자가 총리와의 진솔한 대화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궁금해왔던 부분들은 하나둘씩 풀어주는 것을 보면서 리콴유 총리의 지도력과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수가 있었다. 고령이라는 나이와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기자와의 대화 속에서 배려와 기품을 제대로 느낄수가 있었다. 리콴유와의 대화 이 책이 리콴유 총리의 모든 면을 다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리콴유 총리의 진솔한 모습을 제대로 느낄수가 있는 계기가 될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대담 형식의 책이 성공하려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상호 철저한 이해를 그 대화의 바탕으로 하거나, 아미면 둘 사이에 어떤 수준의 공감이 미리 두텁게 형성되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니면 예전 호메이니를 인터뷰한 마 이크 월리스처럼, 공감은커녕 상호 교차점이나 공감사항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의 인터뷰라야 최소한 보는 재미라도 생기는 것 아닐까. 무슨 말이냐 하면, 이처럼 서로를 전혀 모른다고도 할 수 없고, 처한 위치와 성장 배경, 개인적인 성향 따위가 워낙 다르기에 그렇다고 가뜩이나 사소한 공감대가 더 성장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실로 미묘한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하나는 인터뷰어로, 다른 상대는 그 질문을 받는 사람의 위치에서 진행하는 인터뷰가 과연 큰 과실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의문 말이다. 이 런 느낌이 책을 읽기 전이 아닌, 책을 다 읽은 후에 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이 그러했다면, 그 독서는 거의 실패에 가까운 것 아닐까? 그런데, 정직하게 느낌을 다시 한 번 resume해도, 그렇게까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런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독서 후 느낌은 그 정체가 무엇일까? 분 명히 말하지만, 인터뷰어인 톰 플레이트가 분명 인간 리콴유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우선 리 전 수상과 상당한 나이 차가 나는데, 이는 그가 성장할 당시에 겪고 그의 성장 토양이 되어 주었을 문화적 배경이 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다름 아니다. 그 는 또한, 식민지로서 민감한 태도로 대할 수밖에 없는 영국에서 젊은 시절 유학을 마친 리를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그저 뼈속까지 뉴요커인 리버럴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자신을 여우도 아닌 고슴도치로 규정하려 드는 플레이트의 태도에서, 리는 거의 열등 분자를 대하는 태도까지 암시한다.
내심 "녀석하곤, 쯧쯧... 살이나 빼야 머리가 돌아가려나.."하고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하 지만 이런 불협화음 중에 분명히 드러나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과 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의 차이이며, 다른 한 편으로 서로가 너무나 다름을 민감히 인식하면서도, 어떻게든 상호 공존을 모색하려는 나름의 진지한 노력이다. 이 책은 물론, 인터뷰어 톰 플레이트가 주인공이 아닌, 대담 대상자 리콴유가 주인공인 책이다. 리콴유와의 대화
하지만 인터뷰어 역시 나름 거물급 언론인, 혹은 독자에게 스타급으로 인식된 그(우리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도 그의 이름은 자동 완성 대상인 검색어이며, 최근에는 반기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로 더 관심을 받기도 했다)이기에, 그 의 개성은 리콴유의 그것 못지 않게 이 책의 재미 핵심을 이룬다. 이런 점에서, 골수에 유교정신과 효율성 추구, 혹은 엘리트정신이 흐르는 독재자 리콴유의 내심을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다소 미흡했을지 모르나, 대신 호기심어린 눈으로 동양을 주시하는 서양의 평범한 시민의 시선이 극동의 영혼과 만났을 때, 어떤 파장과 주파수의 불꽃이 튀는지 정도는 재미있게 보여준 책 아니었나 싶다. 결론은, <재미있는 책>이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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