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더 나은 도시를 만들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새로운 도시의 미래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어느 하나의 목표가 달성되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으며, 설령 나선형 구조로 모든 목표가 천천히 상향 달성되는 경로를 밟는다 해도 모든 선(善)이 일거에 달성되기는 힘들다(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요행에 가깝다)는 쪽이었습니다. 미러월드 기법의 진화는 이런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립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만족이 가능하면, 효율적 지표는 하향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전망은 그야말로 선입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중의 지혜가 모이고 모이니 참여의 쾌감과 보람이 높아질 뿐 아니라 오히려 양적 지표까지도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질과 양이 한 방향으로 동시에 발전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어디 있겠습니까? 스마트한 도시는 스마트하기에 더 쾌적하고 더 행복하고 더 높은 소득까지를 보장하는 유토피아와도 같은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옵니다.
IT, IoT, ICT 등 첨단 기술이 스며든 세상 속에서 사람이 갈수록 따라기 어려운 기기의 발전은 각 제품의 똑똑함을 넘어 도시까지도 스마트한 변신까지도 꽤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화와 디지털 기술 전문가인 이름에도 타운이 들어가는 앤서니 타운센드의 작품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스마트한 도시계획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예측한 책이다. 작가가 말하는 스마트시티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여 번창하는 도시의 혼란을 순화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기술로” 개방된 정부 데이터, 오픈소스 하드웨어, 무료 네트워크 등을 통해서 기존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도시 내부를 재설계하여 미래도시를 디자인하는 데 있다.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게 만든다" 중세 시절부터 도시는 자유와 창의, 해방의 공간으로 기능했지만, 익명의 관계 속에 안면 모르는 다중이 한꺼번에 몰려 사는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로는 슬럼가의 증가, 범죄의 빈발, 환경 오염 등 심각한 부정적 요소들이 전면에 대두했죠. 이런 각종 어려움은 현대에 들어서도 근원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았으며, 노자나 루소의 가르침처럼 "자연으로 (결국) 돌아가"는 게 해답이 아니냐는 체념적 분위기까지 한때 널리 퍼졌습니다.
사실 "케이블 기술"은 광대한 영토에 고루 문화적 체험과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절실했던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발전했으며, 벌써 1940년대와 1970년대에 지상파가 두루 닿지 않던 지역에까지 망을 확장함으로써 기술적 도약을 단계적으로 이뤄냈습니다. 이 역시 마냥 공익이나 공공재의 관점에서만 볼 건 아니고,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PPV 방식을 통해 현지인(미국인들)으로부터 이윤의 한 푼까지 남김없이 거둬가는 철저한 상업적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경제학에서 이른바 가격 차별화 기법을 통해 생산자 잉여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치밀히 논증하여 그 구조가 밝혀졌습니다. 현대 도시 공학자들이 하나 둘 내놓기 시작한 해답은 사뭇 다릅니다. 오히려 도시는 시골보다 더 청결하고 더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런 현대적 도시의 이점을 교외, 시골에까지 확장하여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비전입니다. 물론 경제적 편의와 문화적 체험을 두루 누릴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도시 생활의 변함없는 장점이었습니다만, 맑은 대기와 깨끗한 물, 심지어 이동의 편의(교통 체증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까지 거론되는 건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런 꿈같은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주장하며, 스모그나 범죄, 지옥 같은 출퇴근 시간 등은 머지않아 극복될 수 있는 일시적 불편이라는 데에 거의 의견을 일치시켜 갑니다. 이런 희망적, 낙관적 전망이 가능한 건 다름 아닌 "도시의 스마트화"를 통해서입니다.
예로부터 문명은 큰 강 주변에 집중적으로 발달했으며, 번영하는 도시 역시 강가의 입지가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항상 규칙적으로 자신의 현상을 관리, 유지하지는 않으며, 특히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하천에 올바로 대응하는 과제는 정치인이 민심을 잃지 않기 위한 필수 미션이었습니다. 첨단 과학을 총동원해도 가장 까다로운 최후의 난제로 남은 게 기상의 예측이었는데, 해마다 변덕스런 하천 수위 때문에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한 리우에서는 IBM의 엔지니어 팀을 불러들여 "강우를 예측하고 홍수 대응을 관리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이런 놀라운 시스템을 응용하여 묵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야심적인 젊은 행정가들은 많은 정력을 쏟고, 이런 분야를 통칭하여 "스마트 프로젝트"로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과연 모든 도시들이 저 휘황찬란한 도심에 몸을 숨기고 고답적으로 뽑아내는 해법에 과연 전적으로 몸을 맡겨도 좋은지에 대해 일말의 회의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IBM 등 영혼 없는(?) 다국적 기업이 뽑아내는 상업적 솔류션에는, 이 도시에 수십 년 거주해 온 이들만이 지닌 도시에 대한 애정이 전혀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우려 때문입니다.
"무엇인가를 측정하면, 그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대상을 변화시킬 우려가 있다." 물론 뉴턴 역학이 무리 없이 서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물리계에서는 지나친 호들갑이자 기우이겠습니다. 저자가 이 하이델베르크의 오랜 법칙을 새삼 거론하는 건, 도시에 대해 어떤 국지적 특효 처방을 적용해도, 이 처방이 장기적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떤 부작용을 낳지나 않을지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도시 문제를 지나치게 기계적,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건, 엄연히 삶과 생명의 공간에 대해 무정물에 대한 차디찬 메스를 들고 이리저리 냉혹히 재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는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도시(와 행정가, 유권자, 거주자들)의 고객인 기업들이, 융통성도 심장도 없이 판에 박힌 이기적 처방만을 고집하는 건 또 아닙니다. "모델은 모델일 뿐 일종의 계시 같은 건 아닙니다." 도시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만병통치약이나 처방받는 양 순진하고 막연한 기대를 품는 시장님들에게, IBM에서는 오히려 자사 모델의 한계까지 명확히 설명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입니다. 기업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거주자들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는 이런 태도에서, 우리는 공학의 한계를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인간성과 소통, 공감, 희망의 싹을 새로이 발견합니다.
모델은 과거에도 도시 공학자들의 주된 연구 과제이자, 효율성과 주관적 효용을 동시에 추구할 채널이었습니다. 그러던 게 "미러 월드" 개념의 등장으로, 엔지니어들과 행정가, 정치가, 혹은 시민사회 운동가들은 보다 너른 규모에서 협업하고 최적의 아이디어를 수렴할 통로를 찾았습니다. 본시 "모델" 자체가 현실의 모사이며 추적이었습니다만, 이제는 이 한없이 정교해진 미러 월드가 오히려 현실을 능가하며, 현실이 오히려 미러 월드를 열심히 따라하는 지경까지 상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이런 도구의 진화가, 도시의 스마트화를 담보하는 결정적 발판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이미 시뮬레이션과 물리계가 그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진화에 촉매제 구실을 하는 구조는 도시 공학뿐 아니라 여타의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게 발전된 바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망(網)과 소통 방식의 진화는, 기존에 전혀 다른 입장에 놓여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여러 전문가, 민간인, 대중 간의 이해를 큰 폭으로 촉진시켰습니다. 이제 전문가나 엔지니어들도 평범한 일반 시민의 욕구와 정당한 권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들이 도출하는 대안도 비인간적인 효용 함수의 극대치가 아닌, 만인의 행복과 안녕과 배려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보다 따스한 것들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기존의 장점을 훼손,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매력과 편의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역지사지의 마음가짐, 공존공생에의 합의, 전문가와 일반인이 서로 경계를 나누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키는 개방적 연대의식 등이 이런 스마트 유토피아의 미래상을 폭발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종래 이런 책들이 아득히 멀리 남은 미래 시점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기술의 덕분으로 다분히 추상적인 설계도만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이미 우리의 지척에서 벌어지고 성취되고 있는 모범 사례에 바탕했다는 점에서 확신과 영감을 줍니다. 나아가, 결국 사람 사는 누리를 발전시킬 근간은 기술보다는 열린 마음과 공감대, 인간적 가치의 지속적 추구라는 점을 독자에게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점도 건설적이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최신 컴퓨팅과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기술적 이슈들과 광범위한 사례그리고 그가 참여하고 바라보았던 실전 경험들이 곳곳에 녹아 있어 상당히 현실적이지만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400페이지를 넘는 책장 속에는 전력 시스템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송도에서 설치를 진행하고 있는 ‘텔레프레젠스’ 화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탈유선의 이야기, 컴퓨터로 유명한 IBM의 프로젝트와 지멘스 등이 스마트시티에 관심을 가지며 발전해 가는 과정 등의 기술적인 측면부터, 미국이 과거에 가졌던 초기 의문과 실패가 지금 어떻게 흘러왔는지 광범위한 사례를 통해서 훑어 나간다. 하지만 우리가 여태껏 경험했듯이 눈부신 발전 속에는 다양한 문제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책은 스마트 시티가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프라이버시와 예측하기 힘든 부분에서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 잠시나마 짚어본다. 그리고 새로운 원칙을 통해서 우리의 기술이 도시를 어떻게 밝은 쪽으로 이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책은 우리가 들어보았거나 알지 수 있었던 주변 상황부터 처음 접하는 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단지 미래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 어디에서 연유하여 어떻게 변하고 어디로 흐르는지 조망한다. 그를 통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과 생각해 봐야 할 시각을 전달해 주고 있다. 우리가 불편을 덜고 우리의 편의를 위해 변화될 거라 믿었던 스마트한 도시에서 우리가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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