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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서평] 셜록 크로니클, 트랩 학교에 갇힌 아이들

by 쓸쓰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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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크로니클

셜록 크로니클(양장본 HardCover)

 

영국 미니 시리즈 <셜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솔직히 말해 이 시리즈를 아직까지 시리즈 1만 보았다. 그 후 보려고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받았을 때도 시리즈 3까지 정주행 한 후에 읽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요즘 나의 일상과 어그러질 것 같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보통의 책 크기라면 들고 다니면서 단숨에 읽었을 텐데 크기와 무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금씩 읽다 보니 어떤 날은 진도가 많이 나가고, 또 어떤 날들은 그냥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늘 보이는 곳에 펼쳐두었는데도 말이다. 크로니클이란 용어가 붙어있는 것처럼 셜록의 시작부터 시리즈 3까지 어떻게 이 시리즈가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의 캐스팅부터 원작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새롭게 에피소드를 만들지 등의 모든 아이디어가 나온다.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의상과 특수효과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등도 알려준다.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치고, 어떤 협업을 통하는지 잘 알려준다. 연대기란 말처럼 시리즈마다,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나누어져서 나타난다. 읽으면서 이미 본 드라마의 이미지를 수시로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알려줄 때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고민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문자 메시지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셜록이 내뱉는 많은 단어들인데 이 또한 설명이 나온다. 하나의 시리즈가 3편으로 제작되고, 그 시간이 1년이란 공백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리즈 마지막 편과 다음 시리즈 시작을 이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같이 엿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1의 마지막 장면과 시리즈 2의 시작인 수영장에 그런 변화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단순히 세트장을 지은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건축물들을 이용했다는 부분에서 이 작업의 어려움을 느낀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만나 불꽃이 튈 때 그것이 곧바로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도 써야 하고, 감독도 섭외하고, 가장 중요한 배우도 캐스팅해야 한다. 성공이 보장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예산도 그렇게 많지 않다. 방영일이 결정된 후에는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리즈 1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음 시리즈에 대한 부담이 생겼고, 촬영 현장은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곳으로 바뀌었다. 배우들도 당연히 몸값이 올라갔고, 더 바빠졌다. 이 때문에 생긴 문제도 조금씩 나오는데 시청자의 입장이 아닌 스태프로 돌아가니 쉽지 않다.

 

이전에 이벤트 준비하는 것을 보고, 실제 현장에 갔을 때 그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이 드라마 이전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전혀 몰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왓슨이 <호빗>의 주인공이란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셜록의 가장 큰 적인 모리아티를 처음 드라마에서 보았을 때 뭔가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모양이다. 이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와 이들이 입는 옷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또 다른 재미다. 제작자, 감독, 특수효과팀 등의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열정은 대단하다. 그것이 모여 하나의 멋진 시리즈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원작과 드라마의 장면을 비교하고, 삭제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내가 보지 못한 시리즈를 상상하게 만든다. 본 것은 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셜록에 대한 영화가 적지 않게 나왔고, 드라마로도 이미 나왔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현대적으로 각색했고,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시대에 맞게 녹아 있다.

 

완벽하게 셜록이 현대에 부활한 것이다. 각본과 연출과 배우가 최상의 결합을 보여준 것이다. 이 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주연뿐만 아니라 비중 있는 조연들의 이력도 같이 보여주고, 그들이 이 작품에 대해 가지는 감정 등을 알려주면서 시리즈 3까지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진들이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제작자와 연출자와 배우들의 이야기가 그 사이에 흘러나오고, 각 장면에 대한 해설이 나오고, 삭제 장면 등도 같이 보여주면서 잠깐씩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리즈 1밖에 보지 못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이 책을 다시 펼쳐 비교해볼 곳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때문에 셜록 홈스 시리즈를 사고 싶어졌다.

 

트랩 학교에 갇힌 아이들

 

미국 동북부 지방도시 타타와에 폭설이 내린다. 학교장은 오후 1시에 수업을 종료한다. 학생들의 귀가를 독촉한다. 하지만 어떤 학교나 이런 지시를 어기는 학생들이 있다. 이 소설의 화자인 스코티 윔스는 친구들인 제이슨과 피트와 함께 학교에 남는다. 제이슨의 아버지가 사륜구동 트럭을 타고 그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이렇게 세 명은 다른 네 명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남는다. 선생님도 한 명 있다. 하지만 고슬 선생님은 도움을 요청하러 나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이 사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자아이 다섯에 여학생 두 명이 남은 학교는 고요했다. 휴대폰의 신호가 터지지 않아 그들의 부모에게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전기가 나갈 때까지는.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단전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낯선 현실이다. 전기가 나간다는 것은 학교를 따뜻하게 만들고, 빛을 넣어주고, 신선하게 보존하는 모든 것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그들은 문명에서 야생으로 떨어져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전기가 끊어졌을 때 그들이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도 한심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살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음식과 불이 가장 우선이다. 하루가 지났을 때 그들은 배가 고픈 것을 알고 식당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제도권 교육의 영향 아래 있는 윔스가 조금 더 기다리자고 한다. 그 이유는 살아남은 다음 그들이 파괴한 것들로 인해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교육의 무서운 점을 보여준다. 생존보다 다음에 생길 일을 걱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배고픔은 이들을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이끌고, 그곳에서 먹을 것을 찾아낸다.

 

며칠은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추위를 잘 못 느낀다. 추워졌을 때는 학교가 불타는 것을 걱정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태울 것이 상당히 많은 데도 말이다. 윔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가 좋아하는 여학생 크리스타에 대한 감정, 친구인 제이슨과 피트에 대한 민감한 반응, 문제아로 소문난 레스에 대한 두려움, 고스족으로 오해한 엘리야 등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재난으로 고립된 고등학생들의 생존은 생각만큼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적응하고, 더 많은 생존품을 학교 속에서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곱 명의 아이들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오해하고 잘 몰랐던 사이가 조금 좁혀지지만 서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낼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고립된 공간에서 같이 살다 보면 자신들이 오해하고 있던 것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레스다. 저자는 ‘레스와 문제가 있었던 아이는 없었다’고 말하고, 일일이 규칙을 정해 놓고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드는 선생님들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작가가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지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리고 레스에 대한 두려움이 그 녀석의 소문과 외모 때문이라고 인정한다. 선입견이 사람의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은 이 소설의 유일한 갈등을 폭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단순히 선입견만 작용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외부의 공포는 사람들 심리에 아주 큰 영향력을 미친다. 멈추지 않는 눈은 학교 지붕을 무너트린다. 추위는 학교의 수도관을 얼게 하고, 밀폐된 공간은 불을 피우는데 하나의 장애요인이 된다. 이 각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대신 화자의 내면과 관찰을 통해 이 상황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강렬하지도 아주 섬세하지도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간 윔스를 도운 것은 힘들게 훈련했던 근육의 힘이다. 포기할 수 없는 한 줄기 희망이다. 이 재난 속에서 학생들이 고립된 것은 학생들의 잘못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못한 선생들의 책임이 크다. 번역자가 세월호 이야기를 끌고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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