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페미니스트의 한 사람으로 공지영이 올라와 있었다.
조사의 결과야 그가 어느만큼 페미니즘적이냐와는 상관없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말해주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소설가 공지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마도 장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작가로서 대중적 명망성을 얻는 데 그만큼 큰 몫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실제로 이후 출간된 「고등어」, 「착한 여자」, 그리고 첫 창작집 「인간에 대한 예의」 등 이후 간행된 것들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공지영은 90년대 작가군의 대표적 일원으로 항상 앞머리에 내세워진다.
그중에서도 90년대 문학의 경향성으로 분류되는 페미니즘문학과 함께 후일담문학의 대표 주자로서 그녀는 범주화되고 있다. 그러나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문학에 대한 실제 문단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거나, 아니 그보다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묘한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그것이 또 90년대의 숨겨진 한 얼굴이다.
공지영은 문단으로부터 적잖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거기엔 공지영이 동세대의 작가와 달리 비교적 뚜렷하게 작가 자신이 자기 의식의 주관성을 공공연하게 표출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본다. 일종의 사회성·정치성은 그의 문학에서 상당히 중요한 핵심을 이룬다.
앞서 페미니즘문학과 후일담소설을 거론한 바 있는데, 이 두 유형 속에 바로 그런 문학적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 이른바 세대의식이 곁들여진다. 공지영 하면 386세대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386세대’의 여러 삶의 면모 가운데에서도 주로 80년대의 운동권에 중심을 두어왔다. ‘후일담’이란 말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지금 살고 있는 시대보다도 전시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그때의 청춘 시절’과 ‘변화된 오늘’ 사이의 간극과 혼돈을 주로 그려왔다는 뜻이다. 이러한 면모가 한편으로 비정치성을 특징으로 하는 90년대적 경향성에 배척당하기도 하고, 또 공지영 소설 내부를 흐르는 회고적인 면모와 개인화된 내면묘사와 심리화 등 미학화 방식에 대한 불만족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일종의 비평적 방관상태를 낳게 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까지 공지영의 문학을 이끌어온 작품의 내적인 세계가 이번의 창작집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꿈과 그것을 상실한 현실의 대립에서 소설의 중심축이 이제 후자 쪽으로 중심을 이동해가는 과정에나 있다고 할까. “삶과 사랑과 네가 꿈꾸던 변혁 … … 그것들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기를 부서뜨리는 아픔과 이런 예측 못한 미끄러짐을 동반하는 것이다”(「길」)에서 보듯이 오늘을 응시하면서도 그 내부에는 지나온 과거의 영혼이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진실은 없다”(「조용한 나날」), “사랑은 완성되어져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혁명이 그렇고 삶이 그렇듯이. 하지만 우리는 끝을 보고 싶어했어요(「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 않는다면, 영화든 소설이든 철학이든 난 안 믿어(「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같은 표현들이 소설적 장력의 주요 무기로 작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제목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이가 아직 어려서(?)^^;; 공지영 소설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고 그냥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소설을 쓴, 꽤 유명한 작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소설 제목도, 이미연이 출연한 영화로서 들어본적이 있을 뿐이었다. 이 책도 역시 내가 산 책은 아니다. 그냥 빌려온 책이다. 그리고 난 나온지 꽤 된 이 책을 오늘에서야 읽었다.
제목이 맘에 들어서, 작가의 이름에 끌려서, 책표지 안에 있는 작가사진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웬지 공지영이라는 아줌마는, 이런표현 될지 모르지만, 그냥 평범한 아줌마같다고 막연히 느껴왔었다. 21세기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읽으면서 괜히 이 아줌마는, 정말 아줌마답게 생겼을것 같다, 라는 인상을 정말 무참히도 깨버렸던 책속의 사진.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이 그 아줌마^^;;의 글은 웬지 좀 세련되 보였다..고 하면 너무 촌스러운 걸까.
그렇지만 그 공씨 아줌마(점점 심해지는 호칭..ㅡ.ㅡ;; 이래도 될까??)는 정말 그래 보였다. 그리고 이 아줌마가 생각하는게 선뜻선뜻 나랑 너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에 바람이 휑~하고 몰아치기도 했다. 한켠에서는 이 아줌마가 너무 허무주의 비스무레한 걸 소설로 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던데, 그럼 나도 허무주의?? 라는 생각에 좀 이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짧은 나이에 인생이 좀 허무하다는 생각도 가끔가끔 한다.
그래서 이 아줌마 소설에 동감할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속에 실린 소설중에서는 '조용한 나날'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소설속의 주인공의 사랑이 너무 가슴아팠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가 사랑을 부정한다는 점이 웬지 나랑 비슷했기 때문일까. '공 아줌마'의 글쓰는 방식은 내 마음에 꽤나 흡족하다. 앞으로 이 아줌마를 좋아하게 될것 같은 예감이다. [인상깊은구절] 우리의 결혼이 대책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즈음 나는 그때의 그에게 소리쳤다.
죽여버리겠어! 언젠가 네가 내 앞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걸 보고 말겠어! 그리고 나는 욕조에 거꾸로 처박혀진다. 내 삶이 영화가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필름을 되돌릴 수 있었다면 나는 보게 되리라. 산발을 한 머리칼과 깨어진 병에 찔린 발가락에서 흐르는 피. 졸린 목에 남아 있는 검붉은 손가락 자국, 그리고 증오로 생생하게 번득이던 눈빛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고등어>를 알고있는 분들이 많을 걸로 압니다. 제가 처음 접한 그의 소설집은 <인간에 대한 예의>인데 자세한 기억은 나질 않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느낌은 남아있네요.
최근에 두 번째 소설집인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를 읽었습니다.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글쎄 그의 문학에 대해서 평할 수준이 못되어서 뭐라고 정확히 집어서 얘기는 못하겠지만 아! 달라졌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지요. 광기의 역사, 고독, 길,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조용한 나날, 진지한 남자,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 등 7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소설집의 제목이 된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는 얼마전 창작과 비평에 실렸을 때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해고당한 주인공이 환상속에서 페루로 떠난 옛 애인을 만난다는 설정이 약간 난해해서 단순 무식한 저는 약간 헷갈리면서 읽었던 소설이었고요.
'광기의 역사'는 딸을 학교에 보내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학교생활을 뒤돌아 보며 말 그대로 '광기의 역사'(푸코의 저작에서 빌려온 것 같군요) 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386세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상당히 동감을 할 내용이지요. 내년에 학부형이 될 저와 와이프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기도 하구요.
'고독'은 어머니가 재혼을 해서 둔 이복 여동생이 이혼한다는 전화를 받은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인데요. 말미에 감기약을 지어먹은 주인공이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인 동생이 전화를 할 지도 모르고, 술취한 남편이 택시값이 없어 전화할 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결국은 깊이 잠이 드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얼마전 제가 겪은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와이프가 수술중의 사고로 생사를 두고 싸우고 있을 때 저는 곤히 잠이 들었지요. 예수가 기도하고 있을 때 가장 가까운 제자들은 잠든 것같이 말이예요. 역시 생명체는 본질적으로 고독할 수 밖에 없다고..... 브람스의 음악이 가을에 더 와 닿는게 이해가 됩니다. '길'은 사고로 젊은 아들을 잃은 노부부가 여행을 떠나서 생기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데요. 이 소설집에서 유일하게 주인공이 30대가 아닌 경우입니다. 평생을 촬영감독으로 일하면서 아내와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면서 갑자기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당하면서 일이 생기지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가장 느낌이 좋았던 소설입니다. '산다는 것은 결코 자동사가 아니란다.
그것은 엄정한 타동사지. 삶과 사랑과 네가 꿈꾸던 변혁...... 그것들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기를 부서뜨리는 아픔과 이런 예측 못한 미끄러짐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은 각자의 과녁에 닿기까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폭풍이 잠드는 시간, 아픔이 잦아드는 시간, 상처가 아물어가는 그런 시간.... 제발이지 성급하지 말아라.' 이런 말을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들은 갑자기 죽고 말았죠. 마지막에 소설은 이렇게 말합니다. '삶이라는 것도 언제나 타동사는 아닐 것이다. 가끔 이렇게 걸음을 멈추고 자동사로 흘러가게도 해주어야 한는 걸 게다. 어쩌면 사랑, 어쩌면 변혁도 그러하겠지. 거리를 두고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아야만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삶이든 사랑이든 혹은 변혁이든 한번 시작되어진 것은 가끔 우리를 버려두고 제 길을 흘로 가고 싶어하기도 하니까.' 인간에 대한 예의,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상처 없는 영혼, 미미의 일기까지 아니 1990년대 한국사회 SEX라는 기호를 다루는 사람들까지 ... 맞다. 난 공지영의 팬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다시 책을 잡을 수 있게 해준 계기였었고 -서점 아저씨 감사합니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고등어는 나에겐 성서 같은 것이기도 하다. 한가지에 빠지면 뒤돌아보지 않으니 그녀 역시 피해자인가. 모든 것이 기다림을 포기했을 때야 기다림에 지쳐서 이젠 잊어버릴 때쯤에야 이루어지는 거보면 삶의 아이러니는 다른게 아닌것 같다. 오랜만에 한 권으로 보는 그녀의 소설들이다.
꼭 한곳에 뭉쳐있지 않아도 가려낼 수 있긴 하지만 역시 남다른 느낌이다. '광기의 역사' 그녀도 안다. 십년이나 이십년쯤 젊어지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 이라는 걸. 왜냐면 학교를 다녀야만 하기 때문에. 내가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았다면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졌을까? '길' 재미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였다.
마흔이면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이혼을 주저하고 10년 후엔 마흔에 이혼할걸 지금은 더 늦은거라고 하지만 60이되어서야 다시 후회할까봐 이혼을 해야겠다는 얘기가.. 사실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결혼도 안하고 아직 많지도 않은 나이인데도 그 얘기에 가슴이 참 아려온다.. 우리 어머니의 모습들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서..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어쨋든 페루에 한번 가고 싶다. 페루에 가면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날것만 같아서 .. '진지한 남자' 한마디로 병신이다. 그 말 밖엔 할말이 없는데 사실 나도 병신이다 .. '모스크바에는 아무도 없다' 모스끄바에도 가고 싶다.
아니 꼭 갈거다. 한달 뿐이었지만 러시아어를 배운적이 있다. 난 가봐야 한다.. 역시 공지영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녀에 대한 기사는 정말 끝이 없다.그녀를 그리며 서툰 글을 마친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공지영 작가의 팬 이면서도 정작 작가의 최신작 위주의 책들만 보아왔다. 지금이야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들 하지만, 예전의 꽁지작가는 지금처럼 인정 받지 못했던 터라 그런 선입견이 팬인 나조차도 그녀의 초기 작품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서 읽은 상처 입은 영혼에서 조금은 실망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는 작품은 1999년에 초판이 나왔다. 이혼이 많았던(?) 그녀가 몇 번째 이혼을 한 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혼 후 혹은 생각중임을 소설책 이었지만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 중 한 사람은 영화감독이 아니었나 싶었다.
사실인지는 확인해 보아야 알 수 있지만 그만큼 그녀는 소설 이라기 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듯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지영 작가의 팬이라면 그녀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기를 추천한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감수성을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힘들었을 그녀가 소설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으며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이 책은 단편들로 엮어져 있다) 에서 얘기하듯 글을 쓰면서 오히려 더 외로워 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는 마지막에 해설이 있는데 보통의 해설들이 단점도 부각하지만 장점을 더 앞세워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조금은 너무한가 싶을 정도로 책에 대한 비판들이 있었다. 이건 내가 팬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든 작가의 후기에서 신랄한 비판을 해준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는 글로 보아 처음 책이 나왔던 당시에도 좋은 얘기보단 나쁜 얘기를 더 많이 들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 괜시리 화가 나기도 했다.
총 7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순차적인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주인공들의 등장으로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 같기도 했으며 내가 나이 들어 겪을 수 있는 이야기 일 것 같기도 했으며, 지금 내 이야기 같기도 한 소설 들이었다. 무엇보다 공지영 작가의 팬이라면 읽어보길 강권한다. 책속의 문장들 혁명이 그렇고 삶이 그렇듯이. 하지만 우리는 끝을 보고 싶어했어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같은 거라고. 그 중간이 존재하고 그 과정도 존재하며 사실은 삶이란 게 바로 그런 과정들일 뿐인데 말이지요. 삶조차 완성될 수는 없는 건데요. .........맥없이 항복하기 위해서 그렇게 소설을 쓴 건 아니야. .
맥없이 항복해 들어가려고 쓴 게 아니라 외로워서 쓴 거야. . 그래, 외로워서 썼어. 다들 어디 있니? 우리 그땐 이렇게 힘찼잖아, 우린 그때 실망하지만도 슬퍼하지만도 않았잖아, 그런데 다들 어디 있니, 그런 말이 하고 싶어서 쓴 거라구. 그런데 쓰고 나서 난 더 외로워졌어. 사실은 내가 외로워서 그런 소설을 쓴 건데, 쓰고 나니까 정말 외로워진 것 같애. 가만, 내가 하는 소리가 지금 말이 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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