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창의력
창의력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창의력을 실생활에서 가장 잘 발휘할 법한 사람들한테서 뭘 보고 배울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법을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고 척척 실행에 옮기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질투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경쟁에서 살아남고 남들보다 앞서 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무능해서 언제나 남보다 뒤처지면서 그 한심한 결과와 실패한 생에 대한 너저분한 핑계, 합리화 고안에만 희한한 소질을 보이는 인간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남의 창의력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모순일 수도 있으나, 여튼 그런 창의력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종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건 보통 멋진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쓰레기인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는 데 인문의 핑계를 동원한다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천재들은 최상의 자신을 만드는 데 어떤 조건이나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실천에 옮길 뿐입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 장 주네 같은 경우, 교도소에서 무작정 쓰고 또 써서 여튼 불멸의 대작을 남기긴 한 사람입니다. 그의 인생은 별로 보고 배우고 싶은 생각이 안 들지만(ㅎㅎ), 여튼 문예 부문에 불멸의 업적을 남기기는 한 그이기에, 그런 예리한 정신을 지배했던 "천재스러운 그 무언가"로부터 우리는 분명히 자극을 받습니다. 자극을 받았다면, 나의 정신 무장, 내가 지금 추진해 나가는 과제에 손톱만한 그 무엇이라도 선(善)의 기여로 변형 못 할 바 없습니다.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평생을 바치며 시간과 정력을 좀먹힌다면 실로 끔찍한 처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긴 소질도 없는 분야에 망상과 집착을 쏟으며 최악의 마스터베이션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 이렇게 했었더라면, 그랬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하는 것보다(p45)" 바보스럽고 소모적인 건 없습니다. 카이사르는 결단을 현실에 투영하기 위해 퇴로를 끊었고, 세잔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소중한 이들과의 연을 끊었어야 했습니다. 그런 선택이 당사자에게 꼭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며, 윤리적 기준에서 별반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의 교훈은 다만 이상의 실현과 내면의 갈등이 쌍생아처럼 붙어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뛰어난 사람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창조합니다. 책에는 철학자 미셸 푸코의 유명한 말이 소개됩니다. "현대인의 임무는 자신의 내적 자아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발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근거도 없이 허상을 날조하여 타인을 속이라는 게 아닙니다. 그와는 반대로, 내면과의 정직하고도 치열한 대결을 통해, 일신우일신하는 자세로, 고정된 자아상이 아닌 환경과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아를 구축하라는 뜻이죠. "발견"은 본디부터 거기 고정되어 있는 걸 수동적으로 조우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참된 나의 모습이, 마치 땅 속에 묻힌 광물처럼 수백 수천 년 동안 고정된 실체입니까? 그렇다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는 뜻입니다. 오로지 "죽은 자"만이, 나에 의해서건 타인에 의해서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어느 인간이라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 인간은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고 죽습니다. 이런 "나"를 어느 타인이 그 가치에 주목하고, 일일이 장점을 짚어 주며 찬양하고 판테온에 모시면 좋겠지만, 자기 할 일 젖혀 두고 나의 천재성과 자질을 현창할 만한 여유가 있는 타인은 없습니다(있다면 부모님 정도?). 그렇다면, 나의 가능성과 뛰어남을 극한치까지 상승시키고, 빛내며, 완성할 자는 오로지 나뿐입니다. "나"라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고 세상에 뽐낼 수 있는 이는 오로지 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어제 통하던 방법이 오늘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내일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개 장애물로 바뀝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에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떠해야겠습니까? 천재들은 남들이 생각지도 못 한 방법과 도구를 찾아내어, 아무도 상상 못 한 용도로 사용하여 난국을 타개하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합니다. 고 정주영 창업주가 폐 유조선을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했는지를 떠올려 보십시오.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도구와 창의는,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지름길일 뿐 아니라, 때로는 그 자체가 예술 작품입니다.
천재들은 때때로 뻔뻔스럽습니다. 보통 돈은 더럽다며, 물욕을 내세우는 자는 속물이라며 비난을 가하기도 하지만, 현대의 천재들은 아이디어와 작품 하나를 내놓을 때마다 천연덕스럽게 "돈"을 요구합니다. 참 밉살맞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천재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천재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성공자, 부자가 되고 싶습니까? 당연히 후자일 겁니다. 전자는 어머니 뱃속에 다시 들어갔다 나와도 유전자 재조합이 이뤄질지 장담 못 하는 겁니다. 사람의 창의력은, 강렬한 물욕이라든가 분명한 동기가 정해져야 기발하고 놀라운 형태로 발휘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돈 청구하려고 손을 벌리자니 왠지 면구스러워서...." 벌써 이렇게 정신이 위축되고 체면을 따지기 시작하면 좋은 아이디어도 덩달아 나오다가죽어버립니다. 심인성 부전 기제로 당신의 두뇌에 괜히 기를 죽이지 마십시오.
천재는 무엇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부심으로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헤겔은 일찍이 "예술가는 군주의 기상을 가져야 한다"고 했고, 맹자는 군자의 호연지기를 논한 바 있습니다. 이와 대조되는 상태라면, 남 눈치를 비루하게 살피는 속물주의입니다. 고골의 단편 <초상화>에 나오는 주인공 화가는 본디 천재로 태어났으나, 귀족들의 천박한 기호에 이리저리 영합하고 손재주를 상업적으로 더립힌 끝에, 나중에는 하늘로부터 받은 재주를 모두 잊고(잃고) 평범한 사람으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비위를 맞춰도, 내 마음 내 눈에 안 차면 쓰레기!라며 과감히 침을 뱉을 수 있는 호방한 안목과 기개가 있어야, 비로소 세상을 바꿔 놓을 미친 히트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천재는 무엇보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남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라야 합니다. 성공하는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시장의 후발주자, 추종자, 카피캣은 이제 선발자가 흘리고 간 이삭도 못 줍는 신세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세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뜻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일시적 기분으로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리는데, 시장이, 세상이, 과연 나의 브랜드와 상품에 주목을 하겠습니까? 마음의 안정과 질서가 모든 창의력의 근본이라는 가르침, 이 책의 대단원을 과연 장식하고도 남을 만큼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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