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경제와 경영 모든 분야에서 종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전 방식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정설로 통하는 요즘입니다. 마케팅 영역도 예외가 아니라서, 종래의 구태의연한 접근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염증이나 혐오감만 유발하기 좋을 뿐이며, 일은 일대로 힘들고 직원들의 사기나 떨어뜨릴 뿐 아니라 효과조차도 나지 않습니다. 윗사람이 자신이 예전에 통했던 방식이라며 무작정 후배들에게 강제 주입하는 패턴은 참으로 미련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점유율 하락, 대내적으로는 조직의 건강도에조차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 모든 게, 효과도 없고 집행도 어려운 과거의 마케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관리자들의 어리석은 판단에서 기인합니다. 서양 속담에는 "똘똘한 병사는 현명한 장군을 가려 본다."는 게 있는데, 이런 이치는 특히 한국처럼 점차 똑똑해지고 있는 직원들이 조직 하부를 채워가는 풍조에서 특히 잘 적용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이란 좀 생소하게 들리는 용어일 수 있습니다. 일단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어필할 때, 종전의 창구나 채널을 통하지 않고 타겟으로 삼은 고객들에게 개인적으로 밀착(up close and personal)해 가며 생활형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이에는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 조직 전체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전사(全社)적으로 행동하며 진정성 깃든 홍보와 전파에 주력한다는 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과 홍보가, 이 제품이 속한 산업 전체의 성장과 장래를 함께 중시하는 전략과 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철저한 기획을 거쳐 주의 깊게 실행에 옮긴 (마케팅)방법론" 이것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그로스 해킹의 요체입니다.
해킹이라고 하니까 무슨 남의 시스템 보안 허점을 틈타 무단으로 침입하여 정보와 데이터를 유출, 조작하는 행위만 연상하시는 이들도 있던데, 그런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제품 개발의 초창기부터 모든 직원, 즉 CEO나 엔지니어, (기존의) 홍보 책임자, 디자이너 등이 일체가 됩니다. 일단 너는 개발해라 나는 평가만 시행하겠다, 윗선에서 검토가 끝나면 익히 해 오던 대로 기계적 홍보에 주력한다 같은, 영혼 없는 분업과는 전혀 다릅니다. 종래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개약진하고, 현장이나 소비자들이 부정적 피드백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굼벵이처럼 마지못해 움직이는 방식은, 요즘 같은 혁신의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도 않고, 생산자조차 "그래 갖고 과연 통할까?" 같은 원초적 불안감이나 품기 좋은, 폐기처분되어 마땅한 구태요 적폐이기 때문입니다.
"그로스"도 그렇고, "해킹"이라는 단어에 다시 유의해 보십시오. 예전 제품은 일단 팔아치우고 소비자에게 불량품이든 뭐든 떠안기면 그만이었습니다. 이런 제품은 일시적으로 생산자에게 가냘픈 현금 흐름을 가능케 하겠으나, 전혀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 못하는 일회용 방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혁신적인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마케팅 그 이상입니다. 제품과 서비스, 나아가 기업의 "성장"까지도 내다보고 소비자와 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방식이며, "그로스"는 바로 이런 영구적 성장을 의미합니다. "해킹"은 전방위적으로 "씨"를 뿌린 다음, 활기차게 개간하여 소득을 올리는 활동입니다. 활동이 자발적이고 변화 무쌍하기 때문에 지루해질 틈이 없고, 무엇보다 환경의 변화에 교감하고 즉시 반응하는 스타일이라 요즘 같은 혁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매우 잘 부합합니다. "해커"는 그저 결과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전진하는 공장 노동자가 아니라, 변화와 도전을 즐기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획자요 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이런 "진화된" 마케팅 기법(사실 마케팅이라기보다 기획과 관리, 총괄, 평가, 소비자와의 소통 일체를 포함하는 "그 이상"임은 이미 앞에서 말했습니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이는 스타트업의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이른바 work the number라고 해서, 무작정 다수에게 전화 걸고 전단지 뿌리고 권유, 모집만 해 대면 그 중에 얼마는 "낚여 든다" 같은 믿음도 한때 널리 퍼졌으며, 아직도 이런 방식에 기대어 영업 하는 이들(회사들)도 많습니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하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도달"할 수 있는 유력 매체를 통해야만 합니다. 거대 신문, 잡지, TV 등이 그것이죠.
스타트업은 개발 도상국이 아니라 주로 선진국, 안정된 developed countries에서 성황이며, 이런 나라들이라면 일용직, 임시직이라 한들 인건비를 마냥 낮춰서 쓰기가 어렵습니다. 하물며 거대 미디어의 한 지면 한 광고타임을 빌려 쓸 자금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들이 의존한 홍보 수단은 소셜 미디어(소위 SNS)라 불리는 한정된 가상 공간에서 소수 인맥을 통해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었는데, 이게 의외로 종전의 채널이나 방법론보다 효과가 더 좋았던 겁니다.
우리네 카카오톡이 처음에 어떻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섰는지 한번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은 처음에 "공짜 문자"라는 기능 하나로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어필했는데, 이 "입소문"의 위력이 당시에는 매우 컸습니다. 지금이야 일정액 이상 요금제라면 원칙적으로 문자메시지(구 컬러메일 포함)가 무료지만, 당시에는 (이미 원가가 0에 수렴했음에도 불구) 매달 무료 발송분이 제한되어 있었죠. 한편 3G가 막 완성단계에 진입했던 터라 데이터는 (속도가 꽤 느렸을망정) 무제한으로 제공했던 시절입니다.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그들은 망 중립성이라는 정책 기조에 편승하여 거의 전국민 서비스(앱)로 단기에 도약했는데, 자그마한 회사에서 사원들이 본래의 직분을 가리지 않고 고객들의 요구와 질문에 일일이 응대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바로 그게 그로스 해킹의 모범입니다. 카카오톡이 또, TV나 신문 등에 전통 방식의 광고를 많이 집행하던가요? 저는 당시는 물론 지금도 그 회사가 그런 식으로 소통, 홍보하는 걸 못 봤습니다. 만약 홍보비 때문에 거액을 출혈하여 이자 상환에 성장 대가 상당 부분을 희생했다면 오늘날의 카카오는 저리 어엿한 입지를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로스 해킹은 사장이나 기획자, 기타 직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프로세스이지만, 막상 이것도 컨셉 자체를 전사(全社)가 공유하며 일체가 되어 띄워보기란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독자의 기분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저자들은 "처음이 어려울 뿐" (책에서 설명하는대로) 모범 사례를 (일단은) 따라해 보며 회사 전체에 분위기를 물들이다 보면 탄력이 붙는다는 식으로 독자를 독려하는군요.
일단은 기존의 업무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다소는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과정에서, 서로 과실 떠넘기기, 혹은 반대로 영역 침해라면서 갈등이 격화할 소지마저 다분히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공통의 목적을 분명히 설정해 주고, 일단 과제들을 단기와 소량으로 잘게 나누어, 매 단계마다 인센티브를 성과자(팀)에게 분명히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잠재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합니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바로 "그로스 해킹"의 이론적, 실제적 창안자들이 이런 말을 하니 신뢰가 생기며, 조직 안에서 한번 실천해 보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페이스북도 한때는 일개 스타트업이었던 만큼 당연히 이런 "그로스해킹"을 거쳐 오늘날 세계의 총아 자리에 섰던 것입니다(물론 그로스해킹이라는 말 자체는 없었고 그들 역시 정확히 무엇을 하는 중인지, 마케팅 면에서 종래의 방식과 그들이 진행하는 신 기법 사이에 차이가 나는지 인식도 없었겠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안 되더라, 반대로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잘 먹혔었다 같은 "구전 전통"은 언제나 어느 조직에나 널리 퍼져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전통에 근거한 조직 관성 역시 직원들을 확고히 장악하는 무형의 힘이며, 이런 관성에 저항하면 "민심(?)"이 이반하는 광경도 흔히 보고, 사장에 대한 신뢰나 충성도까지 하락합니다. 저자들은 이런 경우, "데이터의 힘"으로 사원들을 설득하고 조정할 것을 강력히 충고합니다.
재구매율, 사용자 재방문 실적은 과연 내(회사의) 아이템이 제 자리를 잡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로스 해킹"은 소비자 개개인과 소통하여 자신의 웨어(ware)를 머스트 해브로 확실히, 감성적으로, 생리적으로 소비자 개인에게 각인시켜야 그게 성공입니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과거에도, 성공하는 기업, 될성부를 나무는 그 유지율이 남들보다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데서 그 싹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더군다나, 열성적인 소비자들이 피드백 남겨주고 재구매해 주는 그 열의와 빈도를 통해, 그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개인의 일상이건 조직 안에서의 성과이건 가장 힘든 게 스스로의 자취와 업무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방식과 과정입니다. 그로스 해킹 방식은 종전의 거대 미디어 의존 패턴과 달리 고객과 직접 소통을 중시하므로, 이런 자기 평정이 어떻게 객관적으로 이뤄지는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저자들은 ICE 방식, PIE 방식을 각각 예로 들며, 나와 나의 동료들에 대해 냉혹하면서도 정확한 "점수 매기기"가 반드시 뒤따라줘야, 이 열정과 정성(情誠)으로 무형화, 정성(定性)화한 새로운 방식이 과연 원활히 작동하는지 온당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충고합니다.
현대인은 기계의 부품이 되기를 거부하는 주체적 인간형입니다. 영혼 없이 판에 박힌 구호를 외치기보다, 내 마음에 깃든 정직한 메시지를 타인과 나누고 소통, 공감하고 싶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탄생 과정에서부터 일개 평직원인 내가 부모처럼 개입하고, 이거 괜찮다고 입소문을 내며 더 많은 이들과 원활히 교류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신나는 일꾼 되기, 진정한 자아 완성도 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돈도 적게 들고 직원들도 신나게 만드는 이런 혁신 마케팅이야말로 직장과 사회 전체에 활기를 부여하는 상생의 일처리 방식 같습니다. 회사 다니기에 재미가 나야 하고, 그저 물건 사는 게 돈 깨지는 괴로운 출혈이 안 되게 소비자도 뭔가 흥이 나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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