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말하는 화이트칼라는 사무직노동자를 아우르는 말이며, 부제는 [화이트칼라는 자본주의로부터 어떻게 버림받고 있는가?]이다. 다소 우울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고도성장기를 마감하고 정체기에 접어든 1980년대 이후의 미국의 직장환경과 화이트칼라의 삶에 대하여 인터뷰와 분석을 통하여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지만, IMF 이후 우리나라의 직장인의 삶을 복사한 듯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생적 충격에 의하여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우수한 인재(예컨대, 대졸학력)들을 먼저 확보하고 유지시키기 위하여 종업원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온정적인 인력정책"을 펴던 미국의 회사들(이 기간 동안 '종신고용'을 표방하던 일본이나 우리나라보다도 더 좋았다고 함).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성장이 정체되고 우수한 인재(예컨대, 대졸학력)의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주가를 중요시하는 주주자본주의가 횡행하면서 주가를 띄어 한몫 잡으려는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에 의하여 화이트칼라들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화이트칼라의 희생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기술된 노동착취와 다름 아니다.
이전의 "온정적인 인력정책"과는 달리, 화이트칼라는 소모품으로, 그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단순한 비용으로 치부되어 절감의 대상이 된 것이다. 노동강도는 세어지고, 급여는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을 듯 말듯한 수준으로 인상되고(즉, 실질임금은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양산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실질임금 수준은 분명히 낮아진다. 회사가치 극대화라는 명분으로 기업사냥꾼과 그린메일러에 의하여 합병이 수시로 발생하고, 비용절감을 위하여 수많은 근로자들이 수시로 대량으로 해고되며, 이에 대해 주식시장은 해당 기업에 대한 주가상승으로 화답하고, 주주는 높아진 주가 덕분에, 경영자는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연봉 덕분에 이득을 보고, 다시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잘라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주주자본주의는 비용절감 중심의 경영정책으로 투자를 줄어들게 만들고 인재육성을 방해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되는데도 말이다. 이에 대하여 화이트칼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도도한 사회경제적 흐름 속에 하나의 점에 불과한 개인이 그러한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언급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별 것은 없다.
다만, 화이트칼라가 처한 현재의 위치를 각자가 분명히 인식하고,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주주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이해함으로써 이것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관한 나름의 생각과 예측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더욱이,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주주의 입장이라면 '투자수익률'의 측면에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처음 이 책은 '화이트칼라는 자본주의로부터 어떻게 버림받고 있는가?'라는 도전적인 부제목으로 다가왔다. 목차를 둘러보고 나서는 구매하지 않고는 배길수가 없었다.
저자는 '누가 화이트칼라를 죽이는가?'라는 서문에서 출발하여 '길어진 노동시간, 줄어드는 수입, 사라지는 복지 혜택, 가정과 사무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전후 경제 번영의 열매와 그 분배'에 이어지며 조목조목 현재의 암울한 경제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낌은, 미국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어쩜 이렇게 한국 상황과 동일한가에 대해 소름이 끼칠 만큼 놀랐다. 근무환경, 고용환경에서 심지어 국민연금에 대한 상황까지 암울한 미국의 상황은 한국의 상황과 닮음꼴이었다. 아니, 우리나라가 동일한 자본주의 환경의 선배 격인 미국을 철저하게 닮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의 다양한 인터뷰, 설문조사를 통해 저술된 이 책은 철저한 현실 위에서 써진 만큼 결과로 보이는 현실들이 암울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문 제외하고도 9장에 걸쳐 암울한 현실에 대한 나열, 비판을 한 날카로운 저자의 비판의식에 비해 마지막 10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대안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 대안도 명쾌하다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이렇지 않겠는가라는 예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도 미래를 확정할 수 없으며, 현재의 문제점들에 명쾌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후 남는 유쾌하지 못한 느낌은 왜일까? 이토록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더욱 어려워지는 직장에서 피땀 흘려 일하고 있는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저자는 저술의 목적이 문제제기가 아닌, 더 나아가 대안제시였다면 이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서 부인할 수 없는 데이터를 원하는 이들은 반드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대안, 변화에 대한 대응은 스스로가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상 깊은 구절] 스트레스 가득한 시대, 서로 하이퍼링크되어 있는 시대를 사는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만인과 연결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교류하는 일은 적어지고 있다.
<화이트칼라의 위기>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목소리이자,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들이다. '가정과 직장의 경계'가 무너지며 토.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며, 휴가지에서 조차 업무를 본다는 이야기들은 미국에서는 경악스러운 소식일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아주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다. 아마 한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집에 새 차, 플로리다로의 겨울 여행, 괜찮은 생명보험'(164쪽)을 꿈꾸면서 '쓰러질 때까지 죽도록 일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239쪽)이 이제 해고에 대한 두려움과 악화되는 노동조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을 슬픔으로 인도한다. 그것은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드러냄이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기 때문이다. 직장을 갖고 직장에서 일을 해나가는 우리의 일상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생존적 행위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해나가는 일들이 '가슴이 뛸 정도로 재미가 있'(190쪽)기 때문이기도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격화된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으로 해고와 삭감이 전가의 보도인양 통용되는 현실 속에서 '일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들은 '직장이 너무 싫어져서 늦게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는 칼 같이 나가고 또 퇴근은 일찍 하'(253쪽)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현실에 실존적 저항을 벌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실존적 저항은 또다시 경영악화로 기업에 돌아가고, 기업은 다시금 '해고와 삭감'으로 저항하는 직장인들을 응징해 나간다. 나아지고 좋아지는 것은 점점 작아지고, 싫어지고 악화되는 것들만이 점점 강해진다.
한편 '늦게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는 칼 같이 나가고 또 퇴근은 일찍하는' 방식으로 저항하는 직장인들을 가차 없이 응징해 나가는 경영자들이 '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퇴직금으로 연간 150만 달러씩의 연금을 받는다'(287쪽)는 기괴한 소식들을 접하고서는 허탈해하지 않는 직장인들은 없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우울함, 불안감, 분노, 슬픔, 허탈함들이 독서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희망들과 마주칠 때 우리의 기분이 조금은 밝아진다. '변화는 이제 가능하며 또 불가피하다'(341쪽)고 주장하는 저자는, '근무 재설계', '이익 재분배', '종업원지주제', 그리고 '투자자 시민운동' 등이 도입되면서 희망의 꽃망울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우리들을 위안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4년간의 기간 동안 '여러 연령층 및 다양한 직위의 사람들과 심층적 인터뷰' (저자 서문)의 결과로 심오한 이론과 철학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드러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 이유로 쉽게 쉽게 다음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러한 이웃들의 이야기들을 쉽게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그녀에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경험은 자신의 상사인 상무이사와 복도에서 대화를 하다가 모멸감을 느꼈던 일이었다. 상무이사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하였던 것이다. "좀 더 자주 웃으세요. 해고되지 않아 감사해하고 있다는 것을 윗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요즘처럼 경제가 우선이고 성공한 직장인이 선망받던 시대는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IMF이후로 생겨난 경제위기로 인한 취업난과 실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나 직장인(화이트칼라층)의 불안과 위기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비용절감과 정리해고, 끊임없는 부서감축 그리고 인수합병을 통한 인원절감 등 자본주의에서의 핵심인력인 화이트칼라가 자본주의 대국인 미국에서조차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 사실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이 책은 분석하고 있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자본주의 이론에서 나오는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질적인경제성장을 가져오고 그에 따른 분배정책에 의거 고른 복지가 실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점점 더 자본주의의 과실은 오너에게 몰려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그 자본주의의 명백한 오류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이분법적인 구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산업의 고도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대부분의 경제활동인구가 화이트칼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화이트칼라(직장인)는 과도한 업무량과 근무시간, 중압된 스트레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 그리고 전통적인 가족의 와해라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이 왕성하고 고도화되어 이익이 증가됨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물에 대한 보상은 직장인들이 아니라 주주에게 돌아가는 새로운 착취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아이로니컬 하게도 그 원인은 자본주의의 꽃인 자본시장(주식시장)에서 더욱더 높은 윤택한 삶을 누리려는 고임금화이트칼라의 주식시장으로의 올인과 그에 따른 구조적 모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거대기업인 아이비엠, 시티은행, 에이티앤티등의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종의 화이트칼라의 사례를 통해 분석된 케이스는 단순히 이해될 만한 것이 아니라 실업과 취업의 고통에서 헤매는 우리나라 경제와 경제인구를 감안 다시 한번 그 원인과 대책을 생각하게 만드는 귀중한 책자이다. 현실에 대한 분석만이 아니라 미래를 조망하고자 하는 이 시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인상 깊은 구절] 임금과 후생복지 혜택, 그리고 퇴직연금은 한때 화이트칼라들을 대기업으로 몰려들게 했던 3대 요인이었다. 앞의 2가지가 악화됨에 따라 직장인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기대도 점차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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