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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세상을 향한 눈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 장크리스토프 빅토르

by 쓸쓰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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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눈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 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이 책에는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사실 그 말에 부정을 하지는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한겨레신문에 실리기 시작한 박재동 님의 만평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쩌면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그 시대의 흐름을 따라 그 시기에 적절하게 날린 촌철살인의 한 컷을 봐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의 만평은 일단 한쪽으로 미뤄두고 - 이 책은 외국인이 편집한 세계의 만평집이니까 - 다른 나라의 만 평가들이 그려낸 만평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을 보는 예리한 시각, 풍자와 유머, 예술감각의 총체인 만평이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한컷의 그림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최고의 의미전달 언어인 것만은 분명해진다.

 

그리고 책에 실려있는 모이어의 만평 중 하나인 "도망가! 버스에 만평가가 탔대"라는 그림을 보면 만평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1989년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로 인한 이슬람교도들의 종교적 암살에 대한 만평에서부터 시작하여 89년의 세계 정치사의 변화를 거쳐 전 세계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한 컷의 그림 속에 담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긴 만평은 그 시대의 이슈가 되는 핫한 이야기와 정보를 담고 있다. 신문을 볼 때 제일 먼저 보게 되는 만평은 간혹 한 컷의 만화가 속 시원한 짜릿함과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만평은 긴 설명이 담기지 않아도 하나하나 모여 역사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만난 장크리스토프 빅토르의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 ‘세상을 향한 눈’은 1989년부터 2012년 동안에 실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250개 만평들의 모음이다. 한 권의 책으로 그 기간의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만평은 이슈가 되는 사건을 작가의 의도를 글이 아닌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생각이 많이 가미될 수 있다. 매일 벌어지는 사건을 뉴스나 신문의 기사를 바탕으로 해서 만평을 보는 사람의 공감이나 비판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세상을 향한 눈’은 1989~2012년 250개 세계의 이슈들이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알지 못해서 이해가 어려웠던 세계 곳곳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 유익했다. 이 책에 실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평가들은 자신의 개성을 살려 날카롭게 자신의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그 속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는 위험할 정도로 직설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기발한 웃음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만 평가들의 시각으로 표현하는 내용은 같은 사건을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비교하며 비판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풍자와 비판의 펜은 강자를 향해 날을 세우고 약자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전 세계의 만 평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세상을 향한 눈’에 실린 만평은 세계의 역사를 외국인의 시각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와 정서적으로 맞지 않아서 인지 만평의 그림만으로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지만 만평의 설명 부분을 자세히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일 습관처럼 하루를 만평을 보며 시작하는데 이 책을 읽은 후 만평에 담긴 그림 구석구석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냥 '만평'일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는데 뜻밖에도 만평으로 바라보는 세계사를 마주한 느낌인 데다 각 만평에 대한 상세 해석과 설명이 있어서 간혹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책장을 술술 넘기며 읽었다.

 

책에 실려있는 해설과 외국어로 씌여있는 글 - 두 사람의 대화, 군중 속의 피켓 하나, 등장하는 그림 한구석에 쪼끄맣게 적혀있는 글 하나까지도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 꼼꼼히 번역글을 넣어준 것도 맘에 들고. 물론 번역이 없다고 해도 세계적인 이슈가 된 사건에 대한 비판과 풍자, 해학이 담겨있는 만평 그림은 보는 순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지만 해설과 해석은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그림 하나로 서로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만평의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면서 왜 하필 살만 루시디에서부터 시작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베를린 장벽의 철거라든가 중국의 천안문 사태 같은 일이 있었던 해라는 의미만을 떠올렸었는데 그건 어쩌면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무함마드 만평으로 인한 이슬람의 테러와 더 연결이 되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으로 살해위협을 받으며 조지프 앤턴으로 살아야 했던 살만 루시디의 삶과 만평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며 만평이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풍자와 해학이 넘칠수록 적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한 눈을 결코 감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평의 의미를 느끼게 된 것도 있지만 책에 실려있는 만평들을 읽다 보니 삼십여 년의 현대사가 스치듯 지나쳐갔다.

 

만약 이 책처럼 우리나라의 만평을 책으로 엮는다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풍자와 해학을 느끼기 이전에 아픔과 분노가 더 클 것 같아서 과거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풍자와 비판의 펜은 강자를 향해 날을 세우고 약자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우리의 현대사를 그려낸 만평을 살펴보고 싶어 진다.

 

"만평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격성을 지닌다." 코피 아난의 말이다. 만평이라는 소재로 출간된 책을 그리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특히 매일매일 발생하는 이슈들로 각 신문마다 만평이 실리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특별히 전 세계의 특별한 이슈들을 특별한 만 평가들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긴 말이나, 논리적 전개가 아닌 오직 단 한장의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만평. 특히나 정치, 역사에 관한 내용들이 많다 보니 작가의 위트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는 본질적 의미에 대한 작가의 혜안을 늘 끼리 수 있다.

 

특히 역사적인 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어 92 Page에 있는 홍콩 반환의 경우 서양의 시각뿐 아니라 근접 국가인 싱가포르의 시각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접근인 것 같다. 중간에 세계 유명 만평가들의 실제 삶과 인생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도 인상 깊다. 시리아에서 반정부 활동의 일환으로 만평을 그리고 있는 페르자트 이야기는 실제 그가 그린 만평과 함께 보니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맨 뒤쪽 만평가 사전의 경우 만평가를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그들의 작품을 찾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1989년부터 시작하여, 2012년에 이르는 세계적인 사건들을 담고 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사건들을 사실위주로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의미하고 있는 바를 풍자와 위트로 풀어낸 그림을 싣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봄, 독일의 통일, 르완다 인종학살 사건, 광우병, 테러와의 전쟁, 유로의 유통,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 쓰나미 대참사, EU 25, 팔레스타인 총선,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붐, 중국의 올림픽 최초 개최, 세계 경제위기,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 당선, 아랍혁명, 유로와 국채 위기, 시리아의 비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등 정말 다양한 사건, 다양한 이야기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만약 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든가, 사전에 그 사건에 대한 생각(견해)을 갖고 있다면 더 특별하게 만평이 다가갈 것 같다. 만평은 풍자와도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냥 정보 전달형태로 기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있게만 표현하려 애쓰는 것도 아니다. 결국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이고 비꼬는 시니컬한 시각이 담겨있더라도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통찰력을 표출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때로는 사과를 싣기도 하고, 담당자가 해고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만평가 자신이 테러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하지만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뜨거운 피의 소유자들, 만평가. 전 세계적으로 살아있는 시각으로 받아들여지는 만 평가들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이 책은 그동안 '만평'이라는 장르가 저평가받아왔던 것을 다소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말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기에 이렇게 세계적인 만평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한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막연한 비판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오래간만에 본 독특한 소재의 책입니다. 세계의 만평을 모아낸 책인데요,

 

자주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죠. 평소 만평을 보다 보면 잘된 것의 경우에는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신문의 얼굴이 사설이라고는 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만평 쪽이 더 얼굴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다만 외국의 만평은 역사책에서 소개된 몇몇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는지라, 과연 스스로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사실 다소 뜬금없이 만평과 관련된 책이 출간된 느낌이 있어 '샤블리 에브도' 사건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요, 역시나 번역자의 말에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소개된 만평 중에서도 샤블리 에브도의 것이 제법 있기도 했고요. 저자가 이 글을 언제 썼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만 소개된 만평이 1989년부터 2012년까지의 것이고 보면 사건 전에 쓰인 책인 것 같습니다. 즉 책 자체가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겠어요. 신문에서 사건을 접했을 당시, 사상자의 수를 듣고는 끔찍한 테러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만 소개된 만평을 보니 평상시 이슬람의 기질로 미루어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사건이었겠다 싶기도 했어요. 언론의 자유와 타문화에 대한 존중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주관을 규정하기는 쉽지만 객관을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다만 지금의 세계에서는 성역을 만드는 것보다는 성역을 깨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나 개인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습니다만, 처음에는 만화책(?) 보는 기분으로 책을 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절대 만만한 책이 아니더군요. 물론 유명한 사건과 관련된 만평을 소개하고 있는 만큼 이름은 들어 보았다 싶은 사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근현대 세계사에 대해서 지식이 많지 않은 저로써는 소개되는 사건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단 한컷에 함축적인 의미를 잔뜩 담아내는 것이 만평이고 보면 배경지식이야말로 필수적인 것이니까요. 책의 크기나 두께로 알 수 있듯 만평 하나하나마다 상당한 주석이 붙어있기는 합니다만, 그것을 나 자신이 얼마나 이해하는가는 사건에 따라 큰 기복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런 책을 만나면 어려운 것은 일단 뛰어넘어가며 이해 가는 것부터 부담 없이 죽 읽어가는 쪽을 택하는데요, 그것만으로도 세계사 공부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책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몇 짚어보자면 쿠웨이트 침공, 독일 통일, 알제리 폭력사태, 조지 부시 당선, 9.11 테러, 새 교황의 당선, 유로와 국채의 위기 관련 만평이었습니다. 독일 통일 편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조지 부시 편의 경우, 풍자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 교황 당선 편은 그림 자체의 예술성 때문에 기억에 남네요.

 

만평에 나라의 기질이 반영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는데요, 있는 대로 푹 지르는 성향이 있는가 하면 은근히 뒤통수를 갈기는 것들도 있어 비교해 보는 맛이 있더군요. 어느 쪽이든 위정자나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뜨끔한 것일 텐데요, 소크라테스가 말한 등에가 떠오르는군요. 등에가 찌르는 것은 분명 아프겠지만 그렇다고 때려잡아버리면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들 뿐이죠. 물론 되지도 않게 찌르는 등에는 때려잡아줘야겠지만 알아보기 힘든 등에는 일단 살려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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