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월급쟁이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것이라고."
한 번 직장은 평생직장이란 말도 다 옛말이다. 속된 말로 갈아타야 제맛이라고도 할 정도로 이직을 꿈꾸는 월급쟁이들이 수두룩하다. 좀 더 나은 근무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주고 인정해주며 그에 따른 대우까지 해주는 멋진 회사에 스카우트되는 자신을 상상하기도 한다. 아, 그전에 동료들의 부러운 눈길을 한 몸에 받으며 사표를 상사 머리 위에 휙 하니 던져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것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시나리오가 완성되겠다. 요즘 추세는 이를 실현시키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데 물론 그 용기가 가상할뿐더러 얼추 계획과 맞아떨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물먹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쇳불도 단김에 빼라 했다고 섣불리 저지르고 본다면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을 만한 용감한 행동이 아니라 가족에게 몰매를 맞아도 싼 미친 짓이나 다름없단 게다. 당연하지 않은가? 처자식 딸린 가장이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장사나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쫄딱 망해버리기라도 한다면 길바닥에 나앉는 건 순식간이니까. 아직 철들지 않은 4,50대 아저씨의 한낱 방황쯤으로 치부될 일이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400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파워블로거란 짱짱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특이 이력으론, 자신의 꿈을 위해 8년간 8번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 이력 덕택에 몸소 경험한 바를 전수해주며 꿈을 찾을 때까지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녀 보라는 책이겠지 어림짐작했고 동시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위에선 눌러대고 밑에선 치고 올라오는 당장 오늘도 갈피를 잡기 어려운 그곳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악을 쓰며 버텨내고 있는데 되려 제 발로 나가다니. 분명 뚜렷한 자기 주관이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당찬 포부와 탄탄한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만류를 하며 운을 뗐다.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았을 경우, 갑자기 돈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주 싸우게 되고 싸우지 않을 시엔 여가시간을 눈치 보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새로운 상사'는 생기는데 그것은 전기 요금 고지서일 수도 있고 부동산으로 한 대출, 120매 묶음 기저귀 값, 휴대폰 대금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성공은 언제나 준비된 자가 기회를 만났을 때 온다'는 격언처럼 진짜 그만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일은 적이 아니라 '꿈을 지원하는 협력자'이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다시 말해, 꿈을 핑계로 일을 그만두지 말라는 것이다. 한때, 맨손으로 부딪혀서 이뤄내는 게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허상에 젖어 있었는데 막상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다. 제대로 준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건은 더더욱 따라주질 않았으며 귀에 흘러 들어온 몇몇의 성공담에 없던 용기를 쥐어짜낸다고 될 턱이 있나. 그때 깨달았던 것도 꿈을 이루기까지는 일을 그만두지 않아야 발목을 잡는 것들이 더 생겨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가지 문제점은, 꿈이 없는 사람은 어떡하냔 것이다. 뭐 있어야 키우고 자시고 할 터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은 사치로 전락해 버렸다. 꿈이 있었다 하더라도 먹고살기 바빠 어느 날 갑자기 스치듯 떠오르는 기억으로만 어렴풋이 그런 꿈이 있었구나 할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추구하던 꿈이 가장 먼저 제외된다는 사실이 참 서글프다. 사람들은 더 이상 여유 시간을 계획하고 주말에 무엇을 할지 상상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결실 없는 노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 꿈을 추구하기 위해 쓰는 시간이 얼마나 어리석어 보이겠는가?(P.53)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다. 예전에 나 또한 그랬으니까. 평일엔 얼른 주말이 오기를 바랐고, 주말이 오면 퍼질러 자거나 한 번씩 친구들 만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었다. 이렇다 할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접촉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고단한 일의 노예에서 벗어났단 해방감을 느끼기에만 급급했달까.
성공스토리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신데렐라'와 '다윗'의 얘기도 몇 페이지 실려 있었는데 실제로 경험하게 될 내용은 다윗 스토리인데, 신데렐라 스토리만 추구하다 길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은 것에서 시작하라. 천천히 시작하라.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나아질 것이다. 수많은 대중들이 없는 시절에 많은 실수를 해도 된다는 선물을 충분히 만끽하라.(P.160) '맞아' 하고 무릎을 탁 쳤다. 어쩌면, 어느 날 짠하고 요정 할머니가 마술을 부려 무도회장으로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쳐다보는 눈길이 적기 때문에 시험 삼아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적절한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하나라도 잃기 두려워 안전을 추구하고 점점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게 되는 인형극의 비극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 난, 사람들의 지문이 묻지 않았다. 고로,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다. 발군의 능력을 맘껏 발휘해 볼 절호의 찬스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꿈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 그 답을 알아내는 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정말 일을 그만둘 준비가 되었는가?' 계산표를 나열해 놓았다. 50점 이상이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꿈 완성형이라고 하는데 이제 꿈을 실현해야 할 시간이라며 일을 그만두고 꿈을 이루고 살길 독려했다. 제시한 리스트는 과학적이라 각 점수별로 설명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 100퍼센트 장담한다고 단언했다. 회사 서랍속에 넣어 두었다가 때가 되면 나도 이 테스트를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누이 강조했던 일과 꿈의 차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고 꿈에 다다르기 위한 체계적인 수순을 밟아가는 길을 안내받았다. 저자는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고, 장담하건대 당신도 그렇게 노력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명하게 행동하면 바로 거기에서 꿈이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마치 어린 묘목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단단한 나무 판때기를 덧대어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처럼 내 꿈에 힘을 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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