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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서평] 관계의 힘 - 완구회사 원더랜드

by 쓸쓰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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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힘



교도소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독방형이다.

 

완구회사 원더랜드의 창업주 백회장의 장례식장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상의 회사 원더랜드에서 벌어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립된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에게 있어서 관계는 필수적이지만 또한 각종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 같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기획2팀장 신우현은 자신의 부모가 죽고난 뒤 친척들에게 배신당한 상처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다.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에 엮이면서 지분 확보를 위한 위임장을 받아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마침내 자신에게 성공의 동아줄이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신팀장은 회사의 숨겨진 공동창업주 조이사를 만나러 나섰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장례식장에서 말다툼을 벌였던 괴짜 노인이 바로 조이사였던 것이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신팀장에게 조이사는 단 2분 안에 회사 내에서 만나는 사람 서른 명의 이름을 적는다면 위임장을 써주겠다고 제안했다.

 

제안에 응한 신팀장은 스무 명도 채우지 못했다. 성공의 동아줄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신팀장에게 조이사는 장례식장에서의 말다툼도 인연이라면서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이렇게 두 번이나 기회를 준 것은 신팀장이 처음이란다.

 

"일주일에 한 명씩 친구를 만들게. 그리고 그 과정을 리포트로 써서 제출하게. 만약 자네가 네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내 기꺼이 위임장을 써주지"


이 책의 저자 레이먼드 조는 호아킴 데 포사다와 함께 베스트셀러 <바보 빅터>를 쓴 저자다. 그는 국내외를 오가며 영화, 방송, 만화, 출판 등의 분야에서 작가 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일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언제나 사람이 힘들었음을 깨닫고, 그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했다.

 

"관계란 자신이 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네. 먼저 관심을 가져주고, 다가가고, 공감하고, 칭찬하고, 웃으면 그 따뜻한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지"

 

 

친구만들기 미션이 차례로 부여됐다. 먼저 팀의 막내 영란을 대학로 맥주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직장인 동호회에서 올리는 연극 공연 리허설 중이었다. 작은 덩치의 핸디캡을 지닌 그녀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라 별명이 스마일 걸이다.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자신을 재발견한 여성이었다. 성공한 인물은 관계 지향적이며, 회사 또한 이런 사람을 원한다.

 

기획3팀에서 외톨이였던 오탁 대리는 현재 기획2팀에서 근무 중이다. 신팀장이 그를 자기 팀으로 불러들였다. '괴물 인형 시리즈' 기획안을 제출한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동료들을 놀래킨다. 사실 그의 아이디어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게임동호회 사람들과는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지만 그는 회사 동료들과는 물과 기름이었다. 결국 자기 편이 한 명도 없다고 느낀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세 번째 인물은 구부사장이다. 산악회 회원들은 구부사장을 따라 북한산을 오르고 있었다. 신팀장은 회사 직원들을 늘 큰 백이사파(회장 큰 아들)와 작은 백이사파(회장 작은 아들)로 구분했다. 구부사장을 따르는 산악회 회원들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앞만 보고 나홀로 산행하던 신팀장은 구부사장이 맨 뒤에서 회원들을 추스리며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고, '나를 따르라' 스타일이 아닌 것에 놀라게 된다.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리더는 양치기와 같다.

양치기는 양떼의 뒤에 있다.

- 넬슨 만델라

 

네 번째 인물은 신팀장 스스로 정하라는 미션이다. 한때 가장 소중한 친구였지만 연락이 끊긴 고등학교 친구 천우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는 부잣집에서 자란 쾌활한 우등생으로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았다. 그래서 그는 늘 인기가 좋았다. 10년 만에 둘은 만나서 고등학교 뒷산을 올라 용바위 밑을 파보았다. 양철통이 나타났다. 통 속엔 디스 담배 3갑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하지만 관계 유지를 위해 그동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음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관계다

 

 

스토리텔링의 주인공 신우현 팀장은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면서 상대방과 진심어린 마음을 주고받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인맥 쌓기에 열중하는 그런 현대인을 상징한다. 관계 맺기에 있어서는 서툴기만 했던 주인공이 진정한 성공이란 '인맥'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임을 깨닫는다는 스토리다.

 

 

새로운 인맥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인맥을 양이 아닌 질로 측정하라. 만 명의 인맥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더 가치 있다. 그런 친구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이다.

원더랜드라는 완구업체 회장의 장례식날.. 회장의 두 아들 사이의 권력다툼으로 결국 장례식을 진행을 책임지게 된 신은 정체불명의 노인을 만나게 된다. 친척들의 배신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신은 조문온 거물들에게 얼굴도장을 찍으며 인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라고 말하는 노인.. 그를 애써 외면하는 신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쿨하다고 하지 않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쿨하다'라는 말은 탈출구가 없던 흑인노예들이 자포자기한 심정을 표현할때 쓰던 말이라고 한다. 노예생활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쿨하다'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겁쟁이거나, 남의 시선을 엄청나게 의식한다는 뜻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이 참 기억에 남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일 앞에서 애써 난 쿨하니까.. 하며 관심없는 척 했던 거 같아서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조차 그렇게 행동해왔던게 아닐까?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은 원더랜드의 숨겨진 창업주 조노인이였는데.. 회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그를 만나게 된 신은 '4명의 친구를 만들라'라는 숙제를 받게 된다. 삶이란 그저 제로섬 게임일뿐이라고 생각하는 신을 위해 조노인이 주는 팁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실천하기에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은 '받고 싶으면 먼저 줘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도 좋아한다' 그리고 실천가능한 방법으로는 관심, 먼저 다가가기, 공감, 진실한 칭찬, 웃음.. 처음에는 지분 위임장에 사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어느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다.


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이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은 그 끈들을 가꾸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책 [관계의 힘] 특히,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맥이 아니라, 도리어 인맥의 과부하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한편의 이야기. 물론, 모든 관계가 소중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일은 수없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말이다.. '똥을 밟으면 신발을 씻으면 된다'라는 조언을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관계의 힘
국내도서
저자 : 레이먼드 조(Raymond Joe)
출판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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