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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달빛 미소 - 줄리앙 아란다 장편소설 달빛 미소 누구든 자신의 인생이 큰 고비를 맞을 때마다 누군가가 다가서서 따뜻한 미소를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 게 어디 있냐? 삶은 본래 고난의 연속이요, 각자가 알아서 헤쳐 나가야지."라고 퉁명스레 내뱉는다면, 물론 말이야 맞는 말이겠으나 그 사람 본인은 참 각박하고 여유 없으며 이미 황폐화한 삶을 사는가 보다 하고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암만 맞는 말이라 해도 우리는 일일이 입 밖에 내어 그 불쾌한 진실을 재확인할 만큼, 필사적으로 스스로의 기분을 망치려 들 만큼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자기 기분만 망칠 뿐 아니라 남들 비위까지 상하게 하는 민폐입니다. 이런 걸 모른다면 이미 "망쳐질 기분"조차 스스로 없애버린 답 없는 인생이며, 이런 사람이 남과 함께 사는 법이야 당연히 알 .. 2020. 5. 3.
[서평] 유로 - 공동 통화가 어떻게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는가 유로공동 통화가 어떻게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는가 정보의 비대칭성 이슈는 경제학자들을 꽤 오래 괴롭혀온 난제 중 하나입니다. 신고전학파가 그 이른 시절 "완전 균형, 완전 청산"을 (감히) 주장할 때부터, 왜 그럼 현실에서는 그 깔끔하고 아름다운 지복점을 찾기 어려운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문들은 지엽말단의 예외나 일시적 교란으로 취급되고 말았을 뿐, 아름다운 경제학 이론의 대(大)체계에 근본적인 회의를 부르지는 못할 요인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의 쾌거 이후로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이 현상이 그저 일시적 예외가 아닌, 이론의 정합성을 근본에서 무너뜨릴 수 있는 상수 자격으로 더 심각하고 진지한 조명을 받게 되었죠. 더 중요한 상황 변화는, 이른바 .. 2020. 5. 2.
[서평]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장편소설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장편소설 세상에는 알다가도 모를 신비한 사연이 많이 있습니다. 여튼 인간은 상식에 어긋나는 사태와 마주하여 보이는 반응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추방(p289)"이며 다른 하나는 "설명"입니다. 많은 경우 (시간이 좀 걸릴망정) 다양한 신비는 과학의 발전으로 해결을 보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수 없을 때 성급한 우리 인간들은 다른 방법으로 설명을 시도합니다. 그건 종교 담론일 수도 있고, 신화일 수도 있고, 전생이니 빙의니 예지력이니 하는, 알고보면 그저 달콤한 몽상의 미로일 수도 있습니다. 시험삼아 한번 죽어 볼까? 루리라는 이름의 연상녀가 어느날 비디오가게 대여점 알바 대학생에게 찾아와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이 유부녀는 워커홀릭인 같은 또래 남성과 결혼하여 딱히.. 2020. 5. 1.
[서평] 슬픈 옥수수 - 우리의 음식, 땅, 미래에 대한 위협 GMO 슬픈 옥수수 한정된 경작 면적의 농지에다 투입하여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걔선할 수 있는 질소 비료가 발명되었을 때, 인류는 마침내 기아와 흉작의 근원적 위험에서 구제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유전자 조작(변형) 작물의 고안 역시 그 초기 단계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일각의 구조적 빈곤 재생산 기제를 근절시키는 데에 이보다 더 획기적인 성과가 또 있겠냐는 식이었죠. 다만 우리 한국은 GMO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널리 형성되기 전부터 이미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같은 속도로 퍼졌다고 봐도 됩니다. GMO가 환영 받는 초기 단계가 있기나 했었냐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지요(GMO뿐 아니라 앞으로 일상에 새로 도입되는 모든 기술상의 발전 양태가, 이처럼 비판적 시선의 검.. 2020.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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